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에 시라부는 읽던 책에 책갈피를 끼워 덮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책을 읽느라 시간이 이렇게 흐른 줄도 몰랐던 시라부는 인상을 쓰고 문을 노려보았다. 이게 연락 하나 없이 이렇게 늦어? 당장 붙잡고 짜증을 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민되기도 했다. 술에 취했으니 높은 확률로 술주정을 부리며 자신을 괴롭힐 거고, 시라부는 그걸 오냐오냐 받아줄 자신이 없었다. 백 퍼센트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라부는 잠시 자는 척을 할지 고민했지만 눈을 감기도 전에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열린 문 너머로 짜증나는 ―미워할 수 없어서 더더욱― 얼굴이 보여 시라부는 얼굴을 구겼다. “지금 몇 시야?” 카와니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푹 숙이고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