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3 "헤어지자." 먼저 관계를 내리친 건 나였다. 엄밀히 말하면, 잔뜩 금이 가서 더 이상 써먹을 수 없는 관계를 그저 확인사살한 것 뿐이었다. 나를 쳐다보는 너의 눈이 무섭도록 낯설다. 낯설고도, 낯선 노란 눈동자가 물끄러미 나를 향했다. 노란 시선의 덫이 나를 잔뜩 옭아매고 있었다. 나름대로 너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이 노란 시선은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 시선의 끝이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겉보기에는 태연스럽게 평상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몇십 번이고 너의 시선에 맞닿아있었기에 알 수 있던 흔들림이었다. 사실, 내 말 따위는 너의 살얼음 낀 마음을 감히 건드리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네가 평상심을 깨부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