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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카게시라]

어쩐지 어디선가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싶었다. 시라부는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게야마가 체육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시라부는 신발끈을 매던 것을 멈추고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의 목소리는 꼭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들려 그를 쳐다보기 전까진 아마 고시키와 함께 들어오는 것이려니 짐작했었다. 하지만 체육관 안으로 들어온 카게야마는 혼자였다. 다만 그의 귓가엔 휴대전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라부는 눈썹을 들썩였다. 시라부는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앉아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었고, 그 덕에 카게야마는 아마 저보다 먼저 온 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통화를 끊지 않은 채로 맞은편 구석에 앉아 손 대신 어깨로 휴대전화를 고정시킨 후 서포터를 착용하고 있었다. 시라부가 체육..

hq/글 2015.04.02

[카게른] 조각글 모음 (141226~150308)

시라카게는 시라부 이름이 나오기 전에 적었던 글입니다.. 그래서 글에 이름이 없어요 ^^; 트위터, 트윗숏으로 짧게 적어내려간 단문들 백업입니다. 141226 자기, 자기 거리는 쿠로오가 보고 싶었다 "안녕, 자기. 나 보고 싶었어?" 나는 보고 싶었는데. 카게야마는 제 눈 앞에 나타난,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하고서 저보다 7cm쯤 더 큰 남자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서 여자 아이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누구야? 대박, 진짜 잘생겼어. 야, 야, 사진 좀 찍어봐. 번호 달라고 해볼까? 그 수군거림들에 겨우 정신을 차린 카게야마가 남자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와,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어? 남자는 능청스럽게 대답했지만 카게야마는 남자의 말을 전부 무시하고 인파가 없는 곳으로 향하려 ..

hq/글 2015.03.22

[오이카게] 카레만두와 우유빵

오이카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터덜터덜 걸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겠어요, 저러다 제 풀에 지치시겠죠. 저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웃으며 말을 하긴 했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잘생긴 얼굴과 유능한 실력으로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신입사원 오이카와 토오루를 그토록 괴롭혀대는 것은 바로 노총각 팀장이었다. 일이란 일은 전부 아랫사람들에게만 시키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저 자리에 앉아있지? 그런 의문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낙하산이라는 것도 같았다. 얼굴도 그닥, 몸매도 그닥, 실력도 그닥, 거기에 성격까지 최악으로 꼽히던 그 남자는 평소 가지고 있던 모든 열등감들을 오이카와에게 푸는 듯했다. 신입사원에겐 맡기지..

hq/글 2015.03.19

[우카게] 끝의 시작 (For. 퍄 님)

키워드 : 담배, 사과, 신호등 카라스노에서 큰 길로 빠져나가는 길목 중에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횡단보도가 하나 있었다. 카라스노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저 횡단보도를 꼭 건너야만 학교, 혹은 집으로 갈 수 있었고 그 횡단보도의 앞에는 사카노시타 상점이 있었다. 우카이가 아침에 일어나 씻은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담배를 물고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쓰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보다는 훨씬 이른 시간이었기에 일찍 등교하는 몇몇 학생들을 빼고는 거의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시간이었다. 우카이는 그 시간을 좋아했다. 여유롭게 콧노래를 부르고, 즐겨 피는 담배를 깊게 머금었다 뱉기도 하고, 빗자루가 바닥에 닿으며 내는 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가게 앞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

hq/글 2015.03.16

[우시ts카게]

오메가버스 AU 달짝지근한 냄새. 우시지마는 그 향이 코끝에 스치는 순간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시지마는 남들보다 몇 배로 이 향기에 예민했다. 시라토리자와 배구부 라커룸에서는 맡을 수 없는, 맡아서는 안 되는 향기다. 그러나 함께 라커룸에 있던 다른 이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바쁘게 옷을 갈아입을 뿐이었다. 우시지마는 인상을 쓰고 천천히 한 명 한 명을 살폈다. 굳은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가 최소한 한 명쯤 있을 것이다. 점점 향기는 강해지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주위를 살폈다. 슬슬 다른 알파들도 냄새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향기에 우시지마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우시지마가 알기로는 저와 함께 연습을 하는 배구부 1군에 오메가는 ..

hq/글 2015.03.14

[쿠로카게] 도망의 끝에서, 봄

카게른 같은 주제로 글쓰기 4인합작에 제출한 글입니다.주제 : 헤어졌던 연인의 재회http://reunion-4-u.tistory.com/ 카게야마는 슬슬 초조해졌다. 아무리 목을 길게 빼고 찾아봐도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사이로 유우키는 보이지 않았다. 깜빡 낮잠을 자는 바람에 평소에 유우키를 데리러 가는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어버리긴 했지만, 전부터 유우키에게 아빠가 혹시라도 늦으면 아무데도 가지 말고 교문 앞에 서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해놓았었기에 제멋대로 혼자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거나 하진 않았을 터였다. 아이들의 물결이 몇 차례 쏟아지고, 학교를 나서 교문을 통과하는 아이들의 수가 점점 줄어가는 데도 유우키는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혀를 내어 입술을 핥으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

hq/글 2015.02.28

[우시카게]

“카게야마.” 대학 리그에서 꼬박꼬박 상위권을 차지하는 강호 대학교와 연습 시합이 한창이었다. 몇 번의 듀스가 이어진 끝에 마지막 세트를 아슬아슬하게 따내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물을 마시는 카게야마를 우시지마가 불렀다. 카게야마는 물 한 통을 한 번에 다 비울 기세로 물을 들이키다가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물통을 내리고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우시지마가 있었다. 카게야마는 저 표정을 잘 알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기본적으로 제게 다정한 연인이었지만, 자기 주장이 강한 남자이기도 했다. 특히나 데이트가 아닌, 배구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러니까 지금 저 표정은 무언가 조금 전 플레이에서 불만이 있었던 표정인 게 틀림없었고, 카게야마는 대충 우시지마가 어느 포인트를 ..

hq/글 2015.02.22

[시라카게]

* 퍄님이 주신 키워드 '손톱, 양말, 가방'으로 적었던 140자 단문 '늘 정갈하게 다듬던 손톱이 내 등에 파고드는 기분은 참 색다른 것이었다. 나는 카게야마의 입에 물려놓은 양말을 더욱 깊숙히 밀어넣으며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미처 가방조차 벗지 못한 후배가 내 밑에서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원망스런 눈을 하고서.'의 앞이야기.* 시라카게는 시라부 이름이 나오기 전에 적었던 글입니다.. 그래서 글에 이름이 없어요 ^^;* 카게야마 in 시라토리자와 카게야마는 늘 연습 전후로 손톱을 다듬었다. 누구보다 먼저 와서, 그리고 누구보다 늦게 남아서 다듬곤 했다.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처럼 보였다. 늘 같은 손톱처럼 보이는데도 카게야마는 미간에 잔뜩 주름을 만들곤 진지한 얼굴로 섬세하게 손톱을 다듬었..

hq/글 201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