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robas/글 17

[키세아카/황적] 순수한 사랑 (For. 뎻 님)

뎻님 생일 축하해요 ♥ “……너 뭐하니.”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낯선 인영에 아카시는 쓰레기봉투를 옆에 내려놓고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낮췄다. 긴 다리를 접고 자는 게 불편한지 아주 쭉 펴고서, 메이크업도 지우지 않은 채 제 집 앞에서 잠들어있는 남자의 얼굴 위로 아카시는 제 얼굴을 가까이 하고 속삭였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는 남자 덕분에 하마터면 이마가 제대로 부딪칠 뻔한 것을 아카시가 빠르게 얼굴을 뒤로 뺐기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지, 지금 몇 시예요?” “아홉 시. 학교 안 가?” 남자는 멍한 얼굴로 아카시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펄쩍 뛰어올랐다. “아카싯치?!” “설마 우리 집 앞인 줄 모르고 자고 있었던 건 아니지, 료타?” 아카시는 저를 와락 끌어안고 놔주질 않는 키세를 ..

kurobas/글 2016.01.14

[아오아카/청적] 바다

아오미네 다이키 생일 기념 청적 '사망' 소재 글 합작에 참여한 글입니다.급조로 합작열고 반나절 만에 마감하기로 한 글이라 날림이 심합니다.http://notfound.tistory.com/3 아카시는 바다 앞에 멈춰 섰다. 바다는 푸르고도 하이얬다. 넘실대는 파도가 모래사장 위로 꾸역꾸역 기어 올라와 하얀 거품을 만들어냈다. 제법 높은 크기로 쳐오는 파도는 젖지 않은 모래사장의 영역을 자꾸만 침범해왔다. 아카시는 제 구두 끝에 닿을 듯 말 듯하게 올라온 바다를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구두가 물에 젖을 것 같았지만 아카시는 그것을 피해 뒷걸음질을 친다거나 하지 않았다. “안녕, 다이키.” 아카시는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바다는 대답이 없었다. 조용히 꾸물대며 모..

kurobas/글 2014.09.01

[홍적엽/엽적홍] 침범

선농온에 배포하였던 글입니다.가져가주신 분들 전부 감사합니다! 니지무라 슈조는 어느 날 갑자기 하야마의 삶에 끼어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새롭게 1군으로 발탁된 부원이 있다는 코치님의 전언이었다. 라쿠잔 농구부의 1군과 2군 사이의 장벽은 제법 높고 단단한 것이었기에 하야마와 그를 비롯한 나머지 레귤러들은 2군에서 제법 열심히 했나보다며 별 생각 없이 체육관으로 향했다. 도착한 체육관에는 아카시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하야마는 요란스럽게 아카시에게로 달려가 뒤에서 아카시를 끌어안았다. 그 덕에 아카시가 크게 휘청거렸지만 하야마가 단단히 안아 잡은 덕분에 넘어지는 사태는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놀랐잖아, 코타로.” 아카시는 살짝 인상을 쓰며 제 어깨위에 떡하니 머리를 걸쳐 놓은 하야마의 머리카락을..

kurobas/글 2014.07.27

[니지아카/홍적] 존재유무

* 적우 3인 글합작에 제출한 작품으로에일리아스 님의 소재, 지지님의 썰을 기반으로 하여 작성하였습니다.http://threewriters.tistory.com/ “아카시군, 신은 있는 걸까요?” 쿠로코가 가져온 세계사 교과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아카시가 그 생뚱맞은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아카시는 다시 고개를 들어 제가 보고 있던 교과서를 바라보았다. 마녀사냥이란 15세기 이후 기독교를 절대화하여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종교적 상황에서 비롯된 광신도적인 현상이다. 마녀사냥은 15세기 초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되어… 딱히 별다른 의미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마침 질문하러 온 부분이 중세시대 파트였기 때문에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의문점이 맞물려 가볍게 던져본 말로 보였다. 종종 쿠로..

kurobas/글 2014.07.12

[적우] 조각글 모음

짤막하게 이곳 저곳에 썼던 조각글들을 모아 백업했습니다. 하야마 코타로는 심장이 없는 남자였다. 여러가지 의미로. 아카시는 그런 하야마를 죽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러나 심장이 없는 남자를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야마는 툭 하면 제 가슴을 칼로 찔러오는 아카시에게 단 한 번도 저항한 적이 없었다. 미친놈. 아카시는 생각했다. 여느 때처럼 하야마의 가슴팍에 섬뜩하게 번쩍이는 칼을 박아 넣은 아카시가 이번에는 곧장 칼을 빼내지 않은 채 하야마의 눈을 마주했다. 거짓된 웃음 뒤로 일그러진 표정이 훤히 보였다. 궁금한게 있어. 아카시가 입을 열었다. 심장이 없다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나를 막지 않지? 아카시의 서늘한 눈빛을 고스란히 받아치던 하야마가 칼 손잡이를 쥔 아카시의..

kurobas/글 2014.06.04

[아오아카/청적] 붉은 비

테이코 청적데이 기념 청적 합작 부문으로 제출한 글입니다.http://losecontrol.xo.st  오늘도 지독한 비가 내렸다.  장마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 한 달간 일본의 하늘은 단 한 번도 햇살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한 달 내내 비가 그친 적이 없는 장마라니. 매일같이 뉴스와 신문들은 일본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앞 다투어 기상 전문가들을 모셔 보도하기 바빴고, 우리들은 젖은 운동화와 옷들을 말리기 바빴다. 가뜩이나 입시 준비로 우울한 교실에 햇빛이라도 좀 들면 얼마나 좋을까. 한없이 가라앉은 교실 분위기에 나는 습관적으로 딸깍이던 볼펜을 가만히 책상 위에 내려두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가라앉은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하긴, 그럴 만도 한 것이 오늘은 전에 본 중요한 모의고사의 성적표가..

kurobas/글 2014.06.04

[하야아카/엽적] 새

* 적우(아카시 오른쪽) 합작, 커플링 으로 제출한 글입니다.http://marvelpinks2.wix.com/akashi-rightside “아카시!” 짭조름하면서도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카시의 옆으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뛰어오는 인영에 아카시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가 펼쳐진 책 사이에 책갈피를 끼워 넣고 책을 덮었다. 가까이서 들려오는 몰아쉬는 듯한 숨소리와 함께 벤치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이내 비어있던 벤치의 다른 한 자리에 온기가 자리 잡았다. 아카시는 덮은 책을 제 왼쪽 옆자리에 놓고 온기가 가득히 자리 잡은 오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그 온기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감기 들어, 코타로.” 마치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는 충견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아카시를 바..

kurobas/글 2014.04.15

[니지아카/홍적] 어둠속의 기억

트위터에서 #RT된만큼_이스토리를_140자씩_늘려가기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32RT 감사합니다! 아카시가 눈을 떴을 때,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아무런 빛도, 소리도 없는 그저 무한한 암흑의 공간. 그리고 어렴풋이 보이는 형체에 이곳은 어디죠? 하고 물으려던 입을 아카시는 다물 수밖에 없었다. 1. 점점 가까이 다가와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 형체는 아카시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의 아카시보다는 약 십 년 정도 성숙해 보인다는 점, 그것 말고는 그저 아카시 세이쥬로와 모로 봐도 동일한 사람이었다. 2. 아카시가 입을 다문 이유는 딱 하나 뿐이었다. 묻지 않아도 이곳의 정체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앞에 선 저와 같은 모습을 한 남자는..

kurobas/글 2014.03.28

[키세아카/황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 쿠로바스 얀데레 합작, 커플링 으로 제출한 글입니다.합작 링크 글 부문 : http://blog.naver.com/hhm5402/90189934133합작 링크 만화 부문 : http://blog.naver.com/hhm5402/90189949882합작 링크 일러 부문 : http://blog.naver.com/hhm5402/90189942766 기나긴 비행이었다. 아무리 퍼스트 클래스여도 장시간 좁은 곳에 갇혀 앉아 있는 것은 이코노미 클래스와 마찬가지로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아카시는 찌뿌둥한 목을 돌리며 기지개를 켠 후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였다. 그리고 해제와 동시에 폭탄이라도 맞은 것 마냥 진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진동의 범인은 안 봐도 뻔했다. 아카시는 가벼운 한숨을..

kurobas/글 2014.02.08

[쿠로아카/흑적] Emotion

* 쿠로코 생일 기념 흑적 합작, 주제 으로 참여한 글입니다.합작 링크 : http://ndminor.tistory.com/entry/kuroakaiszzang 0. 내가 농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그만뒀던 것도 다 너 때문이었다. 1. 시작은 감사였다. 이도 저도 아닌 채 존재감 없이 살아가던 나를 끄집어내어 그림자라는 어떤 하나의 존재로 만들어준 너에 대한 감사. 그림자로서 처음으로 코트에 발을 내디뎠던 날. 그 날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네가 좋았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도 가끔씩 말간 웃음을 보여주는 네가, 아닌 듯 하면서도 모두에게 다정한 네가 좋았다. 감사가 연모로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아카시군. 네 이름을 발음할 때 나는 혀끝의 울림이 좋았다. 그래서 공연히..

kurobas/글 201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