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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세아카/황적] 순수한 사랑 (For. 뎻 님)

뎻님 생일 축하해요 ♥ “……너 뭐하니.”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낯선 인영에 아카시는 쓰레기봉투를 옆에 내려놓고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낮췄다. 긴 다리를 접고 자는 게 불편한지 아주 쭉 펴고서, 메이크업도 지우지 않은 채 제 집 앞에서 잠들어있는 남자의 얼굴 위로 아카시는 제 얼굴을 가까이 하고 속삭였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는 남자 덕분에 하마터면 이마가 제대로 부딪칠 뻔한 것을 아카시가 빠르게 얼굴을 뒤로 뺐기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지, 지금 몇 시예요?” “아홉 시. 학교 안 가?” 남자는 멍한 얼굴로 아카시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펄쩍 뛰어올랐다. “아카싯치?!” “설마 우리 집 앞인 줄 모르고 자고 있었던 건 아니지, 료타?” 아카시는 저를 와락 끌어안고 놔주질 않는 키세를 ..

kurobas/글 2016.01.14

[세미우시시라] S와 S의 차이

0. 세미 에이타와 시라부 켄지로의 차이. 1. 세미 에이타는 적당히 우시지마를 타박할 줄 알았다. 우시지마가 사흘째 점심 메뉴로 하이라이스를 고르는 걸 보곤 그의 식권을 뺏어 자신의 것과 바꾸었다. “이거 사흘째 먹는 거지?” 우시지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세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미는 찡그리고 있던 표정을 바꾸어 웃으며 우시지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다른 방면에서는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왜 하이라이스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쓸까, 우리 와카토시는.” 우시지마는 제 손에 들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미의 식권이었던 것을 바라보았다. A정식이었다. 세미는 이미 하이라이스를 받기 위해 우시지마의 곁을 떠나있었다. 2. 시라부 켄지로는 우시지마를 타박하는 법을 몰랐다. 고시키가 시라부에게 수학 숙제를..

hq/글 2016.01.11

[오이카게온/게2] 오이카게 소설본《 가벼워지는 법을 익히기 위하여 우리는 》인포

오이카게 온리전 '민트초코 세레나데'의 게2 '오이카게 욕조에서 팥밥 먹을래?' 부스에서 나올 오이카게 신간 소설지《 가벼워지는 법을 익히기 위하여 우리는 》의 인포 페이지입니다. 《 가벼워지는 법을 익히기 위하여 우리는 》오이카와 토오루 x 카게야마 토비오130x190 / 인쇄본 / R-18 / 100-120p / 10000원(예정) / 1인 1구매 대리구매 방지를 위해 1인 1구매로 제한합니다. (행사에 오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통판 진행합니다.)부상 소재 주의.원작 기반 미래 날조 주의.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연예계에 발을 딛은 31살의 오이카와, 그리고 21살에 부상으로 배구를 그만두고 이후 배구교실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29살의 카게야마.카게야마의 성격이 원작과 다소 다를 수도 있습니다...

bookinfo 2015.12.31

[00Q/공큐] Brave New World

00Q 크리스마스 합작 부문으로 제출한 글입니다.http://rocn12.wix.com/00q-christmas “무슨 짐을 그렇게 들고 가?” 제 몸보다 더 큰 상자 하나에, 그 위로도 겹겹이 상자를 쌓아 올려 앞이 보이긴 하는 건지 의문스러울 정도의 짐들을 들고 가는 Q의 팔을 본드가 붙잡으며 물었다. 역시나 시야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던 건지, Q는 본드가 팔을 붙잡자 크게 놀라며 몸을 휘청거렸다. 덕분에 앞으로 쏟아지는 작은 상자들을 본드가 급하게 팔을 벌려 받아내려고 했지만 세 개의 상자를 모두 받아내기는 현직 더블 오 요원의 반사신경으로도 무리였다. 두 개의 상자는 아슬아슬하게 본드의 품으로, 나머지 하나의 상자는 윤기가 흐르는 본드의 구두 위로 안착했지만 결국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

etc/글 2015.12.24

[00Q/공큐] 구원

본드는 침을 꿀꺽 삼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처 매뉴얼들을 천천히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아마 이건 얼마 되지 않은 본드의 더블 오 요원 인생 중 최악의 사건임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해봐도 단연 일 순위일지도 몰랐다. 본드는 제 체구보다 조금 큰 파자마를 입고서, 삐뚤어진 안경 너머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어린 아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순전히 이건 제 실수였다. 처음에는 먼저 아이가 있는 지에 대한 여부를 알려주지 않은 백업 팀에게 화가 났지만, 어찌됐건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처리하기 전에 다른 목격자가 될 만한 인물은 없는지 살피지 않은 제 실수였다. 아차.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도로록 굴러가는 순간 본드는 급하게 남자의 시신을 겨누고 있던 총을 아래로 내렸다. 아이는 소리를 지르지..

etc/글 2015.12.06

[본드+프레디] Stuck In The Middle

“둘 다 가족이었습니까?” 나란히 선 두 개의 묘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프레디는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란히 세운 무덤이란 게 다 그렇죠.” 프레디는 어깨를 으쓱였다. 남자는 한참동안 말없이 비석을 바라보았다. “이름 때문에 그래요?” 다시 말을 이은 건 프레디였다. 남자는 어쩌면 그가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릴 상대를, 그래도 괜찮을 상대를 기다려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형은 작곡가라 사용하던 예명으로 묻었고, 동생은 SIS 사람들이 본명으로 못 묻게 했어요. 그게 나를 위한 거라나 뭐라나.” 프레디는 입술로 담배를 물고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한 대 줘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웃기는 집안이죠.” 담배를 물고 말한 탓에 짓눌린 발음의 단어들이 새어나왔다..

etc/글 2015.12.03

[텐도레온] 나는 우리가 운명이라고 생각해 (For. 퍄 님)

“이쪽인가 봐, 와카토시.” 중학생 때부터 늘 바로 옆에서 봐온 고등학교에 입학한 것이라 크게 낯선 느낌은 없을 줄 알았건만 밖에서 보는 것과 안을 헤집고 다니는 건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오오히라는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뒤에서 우두커니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우시지마를 향해 손짓했다. 학교가 워낙 크고 넓은데다가 입학식이라 그런지 어딜 가도 사람이 넘쳐서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까지 가는 길을 찾느라 꽤 많은 시간을 헤맨 오오히라와 우시지마는 간신히 대강당의 입구를 찾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오오히라도 우시지마도 초등학생 때부터 이른 시간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연습을 하는 게 습관처럼 밴 터라 오늘도 역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일찍 일어났기에 다행히 식에는 늦지 않은 듯했다. 대강당..

hq/글 2015.11.30

[00Q/공큐] 이유

제임스 본드는 천천히 거실을 둘러보았다. 최근에 이사했어요? 머니페니가 그렇게 물었던 것이 떠올라 그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렇게 물어볼 만도 한 모양새였다. 가구라고는 최소한의 살림살이가 전부인 데다가 박스에 담긴 짐들은 거실에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지저분한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지저분하기만 했다면 최근에 이사했느냐는 느낌을 주진 못했을 것이다. 흔히 사람 사는 집이라면 필수로 느껴질 법한 주인의 체취나 흔적 같은 게 본드의 플랫에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신다 벗어 놓은 양말이나 아무렇게나 걸어 놓은 겉옷조차 없다는 말이었다. 본드는 단 한 번도 이곳을 집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었다. 본드가 집이라 불렀던 공간은 스카이폴, 그곳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전전했던 곳들은 모두 괜찮은 곳들이었지만 ..

etc/글 2015.11.30

[00Q/공큐] 관계의 도약

‘반지라도 맞출까?’ Q는 언젠가 자신에게 물어왔던 그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저는 그 물음에 뭐라고 대답했던가. 자신의 대답을 떠올리는 일은 본드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이 드는 일이었다. ‘무슨 반지예요, 어린 애들처럼.’ 아마 저런 식으로 대답했던 것도 같았다. 다소 쌀쌀맞은 제 대답에 본드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딱히 Q를 조르지도 않았고, 투덜대지도 않았다. 그래서 Q는 그 사실을 쉽게 지워버렸다. 그가 반지를 맞추고 싶은 마음에 자신에게 물은 게 아니라, 어린 자신을 위해 그가 눈높이를 낮추어 생각해낸 질문이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을 만나기 전까진 누구보다도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는 사람이었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봐도 그의 손가락에 반지 비슷한 것이 끼워져 있던 걸..

etc/글 2015.11.24

[오이카게] 겨울, 다시, 겨울

* 오이카게 교류회에 가져갔던 원고입니다.* BGM 有 4년 전 겨울도 이렇게 추웠던가. 카게야마는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를 썼지만 기억나는 거라곤 그저 이 길을 걸을 때 쥐었던 오이카와의 손뿐이었다. 4년이나 지났음에도 비교적 생생한 감촉이었다. 날씨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오이카와에 대한 기억만은 생생한 자신이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도 갔다. 태어나 처음으로 했던 데이트였다. 주변 상황 같은 게 떠오를 리가 없었다. 작은 숨소리에도 긴장해 손가락을 옴찔거리고, 혹여 제가 실수라도 했을까 싶어 연신 제 옆의 사람을 올려다보기 바빴던 날이었다. 그러니 그날의 기억이 온통 오이카와뿐인 건 당연한 일이었다. 고작 날씨 따위가 머릿속에 남아있을 리 없었다. 카게야마는 몸을 살짝 움츠리며 손을 주머..

hq/글 201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