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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게] 끝의 시작 (For. 퍄 님)

키워드 : 담배, 사과, 신호등 카라스노에서 큰 길로 빠져나가는 길목 중에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횡단보도가 하나 있었다. 카라스노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저 횡단보도를 꼭 건너야만 학교, 혹은 집으로 갈 수 있었고 그 횡단보도의 앞에는 사카노시타 상점이 있었다. 우카이가 아침에 일어나 씻은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담배를 물고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쓰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보다는 훨씬 이른 시간이었기에 일찍 등교하는 몇몇 학생들을 빼고는 거의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시간이었다. 우카이는 그 시간을 좋아했다. 여유롭게 콧노래를 부르고, 즐겨 피는 담배를 깊게 머금었다 뱉기도 하고, 빗자루가 바닥에 닿으며 내는 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가게 앞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

hq/글 2015.03.16

[우시ts카게]

오메가버스 AU 달짝지근한 냄새. 우시지마는 그 향이 코끝에 스치는 순간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시지마는 남들보다 몇 배로 이 향기에 예민했다. 시라토리자와 배구부 라커룸에서는 맡을 수 없는, 맡아서는 안 되는 향기다. 그러나 함께 라커룸에 있던 다른 이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바쁘게 옷을 갈아입을 뿐이었다. 우시지마는 인상을 쓰고 천천히 한 명 한 명을 살폈다. 굳은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가 최소한 한 명쯤 있을 것이다. 점점 향기는 강해지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주위를 살폈다. 슬슬 다른 알파들도 냄새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향기에 우시지마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우시지마가 알기로는 저와 함께 연습을 하는 배구부 1군에 오메가는 ..

hq/글 2015.03.14

[쿠로카게] 도망의 끝에서, 봄

카게른 같은 주제로 글쓰기 4인합작에 제출한 글입니다.주제 : 헤어졌던 연인의 재회http://reunion-4-u.tistory.com/ 카게야마는 슬슬 초조해졌다. 아무리 목을 길게 빼고 찾아봐도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사이로 유우키는 보이지 않았다. 깜빡 낮잠을 자는 바람에 평소에 유우키를 데리러 가는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어버리긴 했지만, 전부터 유우키에게 아빠가 혹시라도 늦으면 아무데도 가지 말고 교문 앞에 서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해놓았었기에 제멋대로 혼자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거나 하진 않았을 터였다. 아이들의 물결이 몇 차례 쏟아지고, 학교를 나서 교문을 통과하는 아이들의 수가 점점 줄어가는 데도 유우키는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혀를 내어 입술을 핥으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

hq/글 2015.02.28

[우시카게]

“카게야마.” 대학 리그에서 꼬박꼬박 상위권을 차지하는 강호 대학교와 연습 시합이 한창이었다. 몇 번의 듀스가 이어진 끝에 마지막 세트를 아슬아슬하게 따내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물을 마시는 카게야마를 우시지마가 불렀다. 카게야마는 물 한 통을 한 번에 다 비울 기세로 물을 들이키다가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물통을 내리고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우시지마가 있었다. 카게야마는 저 표정을 잘 알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기본적으로 제게 다정한 연인이었지만, 자기 주장이 강한 남자이기도 했다. 특히나 데이트가 아닌, 배구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러니까 지금 저 표정은 무언가 조금 전 플레이에서 불만이 있었던 표정인 게 틀림없었고, 카게야마는 대충 우시지마가 어느 포인트를 ..

hq/글 2015.02.22

[시라카게]

* 퍄님이 주신 키워드 '손톱, 양말, 가방'으로 적었던 140자 단문 '늘 정갈하게 다듬던 손톱이 내 등에 파고드는 기분은 참 색다른 것이었다. 나는 카게야마의 입에 물려놓은 양말을 더욱 깊숙히 밀어넣으며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미처 가방조차 벗지 못한 후배가 내 밑에서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원망스런 눈을 하고서.'의 앞이야기.* 시라카게는 시라부 이름이 나오기 전에 적었던 글입니다.. 그래서 글에 이름이 없어요 ^^;* 카게야마 in 시라토리자와 카게야마는 늘 연습 전후로 손톱을 다듬었다. 누구보다 먼저 와서, 그리고 누구보다 늦게 남아서 다듬곤 했다.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처럼 보였다. 늘 같은 손톱처럼 보이는데도 카게야마는 미간에 잔뜩 주름을 만들곤 진지한 얼굴로 섬세하게 손톱을 다듬었..

hq/글 2015.02.21

[쿠로카게보쿠] 낯선 곳은 조심하세요

카게야마는 한숨을 내쉬며 제 팔을 끈덕지게 붙잡아 오는 과 동기를 올려다보았다. 여기까지 와서 스테이지도 안 나가게? 동기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카게야마에게 되물었다. 카게야마는 붙잡힌 팔을 돌려 빼보려고 했으나 오히려 점점 더 팔을 잡아오는 힘이 강해지는 탓에 결국 팔을 빼내는 것을 포기하였다. 애들은 벌써 갔는데 우리만 뭐야, 빨리 가자, 응? 카게야마는 짜증스런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았다. 보기만 해도 답답할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찬 무대에서 서로의 사이에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붙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대체 왜 저런 곳에 사서 들어가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도 오늘 함께 모인 동기들의 물살에 휩..

hq/글 2015.02.09

[이와ts카게보쿠] D-5

150207 카게른 교류회에 배포하였던 글입니다.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부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휴대전화를 열어보았다. 공식적인 휴식시간이니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괜히 히나타나 니시노야 같은 이들에게 들키면 누구랑 그렇게 메일을 주고 받냐며 난처하게 굴 것이 뻔했기에 카게야마는 최대한 휴대전화를 숨겨 몰래 그간 확인하지 못한 메일을 열어보았다. 발신인은 전부 같은 사람이었다. 카게야마는 자꾸만 들썩이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조심스럽게 은근슬쩍 비품창고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창고의 구석으로 걸어가 벽에 기대서서 작게 한숨을 내쉰 카게야마가 숨겼던 미소를 맘껏 얼굴에 드러내며 버튼을 조작해 메일함으로 들어가 천천히 받은 메일들을 읽어 내려갔다. 점심 먹었어? 합숙이면 정말 힘들 테니까 꼭 ..

hq/글 2015.02.07

[쿠로카게]

- 짜증나요. 쿠로오는 하마터면 포크로 찍어 든 핫케이크를 떨어뜨릴 뻔했다. 휴대전화 너머에서 들려온 익숙한 연인의 목소리는 확실히 조금 짜증을 품고 있었다. 그래도 쿠로오와의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은 처음이라 쿠로오는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카게야마에게 되물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카게야마는 잠시간 답이 없었다. 또 그 10번 녀석이랑 싸우기라도 한 건가? 쿠로오는 애꿎은 핫케이크 조각을 메이플 시럽에 범벅을 하다시피 문지르며 초조하게 카게야마의 대답을 기다렸다. 카게야마는 보통 쿠로오에게 직접적으로 제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무슨 일이 있어도 아니라며 숨기는 카게야마의 기색을 쿠로오가 먼저 읽어내고 어르고 달래서 캐물어야만 간신히 카게야마의 진솔..

hq/글 2015.02.02

[쿠니카게] 마음의 성장통

5살. 네가 말했다. 좋아해, 아키라. 11살. 네가 말했다. 좋아해, 쿠니미. 16살. 내가 말했다. 좋아해, 카게야마. 너는 말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양친을 잃고 우리 집에 맡겨져 자랐던 카게야마는 동갑인 나를 유독 의지하고 따랐었다. 어린 카게야마는 겁이 많은 편이었다. 정이 많고 따스했던 우리 부모님조차도 낯선 어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말을 나누지 못하고 피하기 바빴던 카게야마가 유일하게 말상대를 하는 것이 바로 나였다. 어렸던 나는—물론 지금도— 딱히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카게야마는 나를 붙들고 사소한 이야기를 종알댔고 잠자리에 들 때 역시 나를 꼭 끌어안고 자곤 했다. 나는 작은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고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뱉으며 잠든 카게야마의 얼굴을 보며, 그보다 조금 더..

hq/글 201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