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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시라] Common Love

- 오늘 친구들이랑 약속 있댔지? “응? 아…… 응.” - 설마 총각파티 같은 거라도 해? “……내가 그런 걸 할 것 같냐.” 세미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던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대꾸했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녀의 말대로 주위에서 농담처럼 이제 곧 결혼인데 한 번 실컷 놀아야하지 않겠냐는 말들이 종종 흘러들어왔지만 그런 저속한 문화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다. - 왜, 어차피 좋아서 결혼하는 것도 아니잖아. “……넌 좀,” - 우리 둘만 있는데 뭐 어때.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하는데 한 번쯤 그렇게 진탕 놀고 오는 것도 좋지 않아? 나 결혼하고 나서는 용서 안 해줄 거거든. “그러는 넌. 오늘 그렇게 놀고 오게?” 그녀는 원래부터 그런 성격이었다. 헛..

hq/글 2015.10.13

[카게른/기6-7] 우시카게 소설본《 가장 보통의 존재 》인포

카게른 온리전 '우리 집에서 카레 먹고 갈래?'의 기6-7 '우리 집에서 사약 먹고 갈래?' 부스에서 나올 우시카게 신간 소설지《 가장 보통의 존재 》의 인포 페이지입니다. 《 가장 보통의 존재 》우시지마 와카토시 x 카게야마 토비오A5 / 인쇄본 / 전연령 / 44p / 5000원 오래 전에 겪은 사고의 후유증으로 병원을 찾은 우시지마는 그곳에서 우연히 배구공을 든 손으로 목발을 짚고 걸으려 애쓰는 카게야마를 보게 된다. 그런 그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본 우시지마는 충동적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부상으로 배구를 그만두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우시지마와, 부상으로 재활 중인 고등학생 카게야마가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 부상소재 주의. :: SAMPLE ::퇴고하지 않은 원고로, 차후 수정될..

bookinfo 2015.08.21

[시라우시] 여름의 침묵

시라부는 우시지마와 함께 느리게 옮기던 발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갑자기 나타나 앞을 가로막고 선 한 여학생 때문이었다. 우시지마는 물끄러미 시라부와 여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고 시라부는 그런 우시지마의 시선에 당황한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교복으로 보아 그녀는 3학년이었고, 당연히 우시지마 쪽에 볼 일이 있는 줄로만 알았더니 우시지마의 반응으로 보아 모르는 상대인 듯했다. 하지만 시라부 자신도 모르는 상대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시라부는 조심스레 우시지마를 바라보았지만 우시지마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가 얼굴을 들었을 때,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똑바로 시라부를 응시하고 있었다. 정말로 나에게 볼일이 있었던 건가, 시라부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여자를 마주보..

hq/글 2015.08.02

[시라우시] 감기와 짝사랑의 상관관계

“감기 같은 거예요.” 시라부는 종종 그렇게 말하곤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 낫잖아요.” “…얼마나 걸릴 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언젠간 나아요.” 시라부는 늘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는 시라부의 가치관을 존중했지만 언제나 한 곳만을 바라보는 그가 안쓰러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감히 시라부에게 무어라 말할 수는 없었다. 그 아이가 품은 감정은 내가 가벼이 입에 올릴 것이 아니었다. 시라부가 팀원들 중에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나는 아마도 ‘나’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기에 관한 대화라면 단연 와카토시겠지만, 시라부가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언제나 벽을 하나 두르고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던 시라부는 이상하게도 내게는 스..

hq/글 2015.07.26

[우시카게]

"우시지마 씨, 사살해야 합니다! 언제 어떻게 탈출해 정보를 빼돌릴 지 모르는," 다급하게 외치던 남자는 우시지마의 손짓에 입을 다물었다. 우시지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 앉은, 정확히 말하자면 강제로 무릎을 꿇고 앉아 저를 노려보는 앳된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고등학생인가? 아마 끽해야 20대 초반이겠지. 시한폭탄이 터지기 만을 기다리는 적막 속에서 우시지마는 천천히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단단하게 물린 재갈 사이로 마지막 발악 같은 비명이 새어나왔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일 뿐이었다. 적막 속에 울리는 비명은 더더욱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할 뿐 그 이상의 역할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우시지마는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저를 노려보는 아이의 턱을 쥐고 들어..

hq/글 2015.07.25

[시라우시] The Way of Love (For. 뎅 님)

키워드 : 짝사랑 “밥 안 먹고 뭘 그렇게 봐?” 감자기 들려온 친구의 목소리에 나는 턱을 괴고서 물끄러미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친구에게로 옮겼다. 친구는 내 앞에서 식어가고 있던 식판을 턱으로 가리키며 감자 샐러드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냐, 먹어.” 언제부터 그곳을 보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내 기억은 고작해야 배식을 받고 자리에 앉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와카토시는 밥 안 먹는대?” 나는 젓가락을 드는 둥 마는 둥 하던 것을 멈추고 친구를 바라보았다. 친구의 시선은 내가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곳을 향해 있었다. 나는 다시 시선을 옮겼다. “당분간 식단 관리 때문에 도시락 먹는다고 했어.” 나에게 했던 말대로 그는 다른 쪽 식탁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쟤는 2학년 아냐?” ..

hq/글 2015.06.22

[쿠니카게] 두 번의 이별

몸을 옭아오는 서늘한 감촉에 쿠니미는 감겨있던 눈꺼풀을 느리게 들어올렸다. 잠들어있던 다섯 가지의 감각들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쿠니미는 제 몸을 파고드는 서늘한 온도에 그것을 확인하려 눈동자를 돌리는 것보다도 먼저 청각을 곤두세웠다. 툭, 투둑, 툭, 쏴아아아… 역시 비가 오는구나. 쿠니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어느새 익숙해진 일이었다. “쿠니미…….” 품속에서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흡사 어미를 잃은 어린 짐승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소리였다. 쿠니미는 눈을 감은 채로 몸을 돌렸다. 비 때문인지 끈적거리는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와 몸이 맞닿은 부분만은 끈적거림도, 눅눅함도 없었다.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울 뿐이었다. 쿠니미는 조용히 제 품에 들어온 서늘한 몸을 끌어안았다..

hq/글 2015.06.20

[킨카게] 잃어버린 말

카게야마를 처음으로 왕이라고 부른 것은 나였다. 처음엔 그저 작은 혼잣말로 시작된 것이었다. 내 토스 속도에 맞추라고! 2군과의 합동 연습경기에서 화를 내던 그를 보며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왕이 따로 없네. 내 혼잣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다음 연습부터 카게야마는 ‘왕’이 되어 있었다. 얼마 안 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을 꼽으라면 나는, 그 혼잣말을 꼽을 것이다. “카게야마.” 미닫이문을 열며 카게야마를 불렀지만 카게야마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다. 최근 몇 달간 내가 가장 많이 본 그의 모습이었다.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전부인 창밖을 뭐가 그리 재밌다고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는지 모를 그의 옆모습. 카게야마가..

hq/글 201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