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robas/글 17

[아오아카/청적] 넌 너무 예뻐

20131220 아카시 생일 기념 적우 합작 부문으로 제출한 글입니다.http://asbdaycollaborations.tistory.com/ 아오미네 다이키는 몇 번이고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부산스럽게 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아오미네의 연인인 아카시의 교제 이후로 처음 맞는 생일이었다. 아오미네는 두 달 전쯤, 아카시의 생일 선물로 아카시에게 어울릴만한 목도리를 점 찍어두었었다. 그러나 목도리 주제에 값이 꽤 나가 중학생의 용돈으로는 사기 벅찬 가격이었다. 그래서 아오미네는 무작정 용돈을 모았다. 먹을 거 덜 먹고, 살 거 덜 사고. 늘 모모이나 쿠로코와 함께 간식거리를 하나 손에 들고 하교하던 아오미네였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곧장 집으로 가서 대신 저녁을 두 배로 먹곤 했다...

kurobas/글 2013.12.24

[니지아카마유/홍적먹]

20131124 짜증이 났다. 3학년인 나에게는 턱턱 이름에, 반말을 해대면서 2학년인 그 녀석한테는 성 뒤에 꼬박꼬박 '씨' 자를 붙이면서 경어를 하는 꼴이라니. 그걸 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다른 2학년도 웃기기 짝이 없었다. 자존심도 없는 건가. 니지무라 슈조. 인기 많은 녀석이었다. 나와 같은 포지션으로 농구 실력도 그 '무관의 오장' 수준이었고, 성격도 좋아서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가 많았다. 그것까지는 나도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 버릇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니지무라 슈조에게만 경어를 쓰는 이유는 존경이라 했다. 비웃음이 절로 나왔다. 존경? 고작 2학년 짜리에게? 대체 뭘? 아버지에 대한 효성? 그딴 걸 아카시 세이쥬로가 존경할 리가 없지. 실력? 출중한 실력이었지만 아카시가..

kurobas/글 2013.12.24

[카가아카/화적] 처음이라는 것

20131118 처음부터 좋아했냐고? 건방지게 자신만만한 표정 짓지마, 타이가. 아니니까. 처음엔 재수없었어. 아, 농담 아니고 진짜로.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모를 놈이 테츠야 옆에서 알짱대는게 보기 안좋았거든. 유치하게 질투하지마. 원래 테츠야는 내 말만 들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것 뿐이야. 테츠야가 슬슬 내 말을 안 듣기 시작하는 게 다 너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네가 나타난 시점이랑 거의 비슷했거든. 거기에 너랑 테츠야랑 맨날 달라붙어서 서로 빛이네 그림자네 하는 꼴까지 보고 있자니 당연히 둘이 사귄다고 생각했지. 뺏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이해가 안된다고? 테츠야한테서 너를 뺏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그러면 테츠야도 예전으로 돌아갈거고, 뺏고 나서는 그냥 버리면 되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마, 타이가. ..

kurobas/글 2013.12.24

[쿠로아카/흑적] 변하지 않는 것

20131104 뭐 해요? 저 다시는 안 볼 겁니까? 대답 해주세요. 연락 좀 받아요. 아카시군. 보고 싶습니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빛이 큰 창 아래로 스며들어왔다. 아카시는 그 햇빛 아래에서 턱을 괴고 앉아 핸드폰을 들어 문자함을 천천히 읽고 있었다. 약 한 달 전부터의 문자였다. 발신인은 전부 같았다. 쿠로코 테츠야. 문자는 전부 그 쪽에서 보낸 것들뿐이었다. 아카시가 보낸 문자는 단 한 통도 없었다. 한 달 동안 하루에 서너 통씩 꾸준히 도착한 문자는 벌써 백여 통에 이르렀다. 마지막 문자는 사흘 전에 도착한 문자였다. 한 달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카시의 핸드폰을 울렸던 문자는 어찌된 일인지 지난 사흘 간 한 통도 도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지금 아카시가 문자함을 공연히 들여다보고 있는 이..

kurobas/글 2013.12.24

[하야아카/엽적] 관계의 끝

20131030 그 날은 눈이 많이 내렸다. 쏟아지는 하얀 눈송이 사이에서 겨울 방학식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곧, 우리들의 은퇴식이기도 했다. 기어이 밖에서 식을 진행하고 마는 고지식한 학교 덕분에 머리고 어깨고 몸에 한 가득 굵은 눈이 쌓여있었다. 앞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시야를 가리는 눈보라 속에서 나는 연신 눈동자를 굴리며 사람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형식적인 방학식따위 애초에 아무도 참여하고 있지 않았고, 내게 중요한 것은 그보다도… 찾았다. 다행히 우리 반이 서있는 줄은 2학년 쪽과 붙어 있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보다도 하얗기만 한 세상에서 붉게 흩날리는 머리칼 덕분이었겠지만. 눈에 뒤덮여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오직 아카시만이 다른 세계에 서있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반..

kurobas/글 2013.12.24

[미도아카/녹적] 붉음에 대한 그리움

20130923 "헤어지자." 먼저 관계를 내리친 건 나였다. 엄밀히 말하면, 잔뜩 금이 가서 더 이상 써먹을 수 없는 관계를 그저 확인사살한 것 뿐이었다. 나를 쳐다보는 너의 눈이 무섭도록 낯설다. 낯설고도, 낯선 노란 눈동자가 물끄러미 나를 향했다. 노란 시선의 덫이 나를 잔뜩 옭아매고 있었다. 나름대로 너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이 노란 시선은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 시선의 끝이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겉보기에는 태연스럽게 평상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몇십 번이고 너의 시선에 맞닿아있었기에 알 수 있던 흔들림이었다. 사실, 내 말 따위는 너의 살얼음 낀 마음을 감히 건드리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네가 평상심을 깨부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

kurobas/글 2013.12.24

[니지아카/홍적] 시작과 끝

20130921 시작은 동경이었다. 존경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농구 실력부터, 주장으로서의 능력까지. 평소에는 가볍고 편안한사람 같으면서도 플레이어로서의 그는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었다. 그가 처음 나를 부주장으로 추천했을 때 얼마나 기뻤던가. 나는 살면서 늘 아버지에게 인정받기만을 원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아버지 이외의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길 원했고 그게 바로 그였다. 그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아버지의 경우와는 또 달랐다. 아버지에겐 오기 때문에, 타의로 인해 원했던 인정이라면 그에게는 오로지 자의로 인해 원하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으면, 하고 생각한 것은. 그건 정말이지 문득 스치고 지나간 찰나의 생각이었다. 사실 상냥함보다는 무뚝뚝한 쪽에 가까운 그였기에..

kurobas/글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