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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아카/녹적] 붉음에 대한 그리움

20130923 "헤어지자." 먼저 관계를 내리친 건 나였다. 엄밀히 말하면, 잔뜩 금이 가서 더 이상 써먹을 수 없는 관계를 그저 확인사살한 것 뿐이었다. 나를 쳐다보는 너의 눈이 무섭도록 낯설다. 낯설고도, 낯선 노란 눈동자가 물끄러미 나를 향했다. 노란 시선의 덫이 나를 잔뜩 옭아매고 있었다. 나름대로 너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이 노란 시선은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 시선의 끝이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겉보기에는 태연스럽게 평상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몇십 번이고 너의 시선에 맞닿아있었기에 알 수 있던 흔들림이었다. 사실, 내 말 따위는 너의 살얼음 낀 마음을 감히 건드리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네가 평상심을 깨부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

kurobas/글 2013.12.24

니지아카 썸타는 썰

20130922 1. 둘이 서로에게 반한 건 거의 비슷한 시기였을 거 같다. 키세키들 입학하고 얼마 안돼서 시합을 앞두고 니지무라가 주장으로서 더 체크할 게 있다고 잔류연습하는데 아카시 성격에 니지무라만 남게 하진 않았을듯. 부주장의 역할은 주장을 서포트 하는게 아니냐며 우겨서 따라 남았겠지. 니지무라는 가라고 가라고 하다가 아카시 성격에 안 갈게 뻔해서 그냥 포기하고 결국 둘이 좀 오래 연습함. 니지무라는 그 전까지만 해도 아카시가 그냥 좀 딱딱하고, 애 답지 않고 어른스럽고 재미없는 애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둘이 오랜 시간을 가지지니까 생각과는 다른 애라는 걸 알아. 의외로 잘 웃기도 하고, 의외로 애다운 면모도 있고. 생각보다 귀여운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아카시도 니지무라에 대한 생각이 바뀔거..

kurobas/썰 2013.12.24

[니지아카/홍적] 시작과 끝

20130921 시작은 동경이었다. 존경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농구 실력부터, 주장으로서의 능력까지. 평소에는 가볍고 편안한사람 같으면서도 플레이어로서의 그는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었다. 그가 처음 나를 부주장으로 추천했을 때 얼마나 기뻤던가. 나는 살면서 늘 아버지에게 인정받기만을 원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아버지 이외의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길 원했고 그게 바로 그였다. 그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아버지의 경우와는 또 달랐다. 아버지에겐 오기 때문에, 타의로 인해 원했던 인정이라면 그에게는 오로지 자의로 인해 원하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으면, 하고 생각한 것은. 그건 정말이지 문득 스치고 지나간 찰나의 생각이었다. 사실 상냥함보다는 무뚝뚝한 쪽에 가까운 그였기에..

kurobas/글 2013.12.24

니지아카 쿠로아카로 패배 관련한 썰

20130918 1. 패배가 뭔지 아카시에게 알려주고 싶다... 음마력이 풀게이지인 시점이라면 당연히 깔아뭉개서 알려주겠지만 요즘의 나는 퓨어력이 한가득인 상태니까 보류해야지. 아무튼 그래서 쿠로코한테 어느날 아카시가 물어봤으면 좋겠다. 햇살 내리쬐는 봄날 교정 벤치에 쿠로코가 앉아있고 아카시는 쿠로코 무릎베개하고 누운채로. 햇빛 눈부시다고 아카시는 얼굴에 쿠로코 마이 덮고 자고있고 쿠로코는 책읽고 있고. 그리고 자고있던 아카시가 입을 열겠지. 패배라는건 뭘까. 옛날같았으면 잘난척 하는건가 싶겠지만 이젠 아카시를 알대로 아니까 저게 진심이란걸 알아. 쿠로코는 읽던 책을 옆에 살짝 내려놓고 말하겠지. 갑자기 그건 왜요? 여전히 아카시는 마이를 얼굴에 덮은 채로 대답해. 너라면 잘 알 거 같아서. 이 사람이..

kurobas/썰 2013.12.24

쿠로아카 의식의 흐름으로 푸는 썰

20130916 1. 시점은 애들 개화 전. 쿠로코는 쭉 아카시를 동경해왔을 것 같다. 키세키 중 가장 신뢰하는 사람 둘이 아오미네랑 아카시인데 좀 다른 개념이겠지. 아오미네에 대한 신뢰는 우정을 끼얹은 신뢰라면 아카시는 동경을 끼얹은 신뢰. 테이코 때 시점으로 보면 쿠로코가 1군으로 올 수 있게 최초의 그 어떤 발판을 던져준게 아카시니까 쿠로코는 늘 아카시에 대한 동경과 감사함이 있었을듯. 그러다 보니 늘 눈으로는 아카시를 쫓게 되고. 쿠로코의 시선의 끝이 늘 아카시라는 걸 언제부턴가 깨달은 아오미네가 그 후로 유심히 쿠로코를 주시할 것 같다. 단순한 동경인가? 아니, 그러기에는 시선이 조금... 그러다가 그냥 역시 아카시니까, 그런 시선 받을 만도 하지. 이렇게 결론내리고 그냥 기억에서 지웠을듯. 그..

kurobas/썰 2013.12.24

[에이로우] Fix You

20130707 "추워…." 잠꼬대처럼 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나는 팔을 둘러 너를 가득 끌어안았다. 추위를 잘 타는 너와, 불 그 자체인 나. 환상적인 궁합이 아닌가. 품에 들어온 너는 내 몸까지 떨릴 정도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너의 등에 내 팔을 두르고, 너의 다리에 내 다리를 올려 너를 완벽하게 품에 안자 천천히 너의 떨림이 잦아드는게 느껴졌다. 슬며시 너의 까만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규칙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자 네가 반사적으로 움츠러들더니 조금 더 내게 파고들었다. 맞닿아오는 살이 조금 찬듯 했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너의 가슴 정 가운데, 스마일 마크가 그려진 곳에 키스했다. 그리고 양 옆으로 그려진 하트무늬. 생각해보면 너에게 하트라는 무늬는 참 어울리지 않는 무늬였다. 까칠한 성격..

onepiece/글 2013.12.24

[키드로우] 버킷리스트

20130706 기말고사가 끝나고 수업 들을 의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내려진 과제는 버킷리스트 작성하기였다. 나는 멍청하게 칠판에 써진 '버킷리스트 10가지 쓰기' 라는 글자와 내 앞 책상에 놓여진 하얀 A4 용지를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다 쓰고 나면 짝이랑 바꿔 보는거야, 짝이 앞으로 네 버킷리스트 도우미라고 생각하면 돼. 낭랑한 여선생의 목소리에 나는 한숨을 푹 쉬고 슬쩍 옆자리의 유스타스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나와 같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유스타스는 열심히 적고 있었다. 죽기 전에 꼭 해야할 일이라. …모르겠다. 여전히 유스타스는 고개를 푹 파묻고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유스타스도 저렇게 열심히 쓰는데 나는 왜 아무 것도 생각이 안나는 건지. 나는 결국 샤프를..

onepiece/글 2013.12.24

[도플로우] 당신에게 명령하노니

20130704 "이게 10년도 넘게 못 본 보스한테 할 말이냐?" 11년 만에 보는 당신은, 정말이지 그대로였다. 당신은 여전히 나를 열 네살 꼬맹이로만 봤고, 여전히 나를 잘 키워서 이용하기 좋은 존재로만 보고 있었다. 나에게 당신은 나의 보스이기 이전에 가족이었고,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애정의 대상이었다. 적어도 아주 어렸던 나에게는 그랬다. 당신에게서 떠나 출항하던 무렵에는 그 애정이 애증으로 변했지만. 하지만 당신에게 나는 무엇이었나. 부하로 키워서 써먹기 좋은 물건. 그 이상이긴 했나. 당신은 나를 물건으로밖에 보지 않았다. 어린 내가 그렇게 당신에게 애정을 갈구했음에도 당신의 답은 폭력이 전부였으니까. 그저 말 잘 듣고 솜씨 좋은 물건이었을 뿐이었겠지. 내가 당신을 배신하는 그 순간에도 당신..

onepiece/글 2013.12.24

도플로우 키드로우 마르에이로 학원물 썰

20130702 1. 키드 로우 에이스 셋이 친구, 마르코는 선생님, 크로커다일이 로우 삼촌, 도피는 크로커다일 친구. 도피, 크로커다일, 로우 셋이 같이 살고 에이스는 루피랑 같이 살고. 도피가 로우 잡아먹으려고 예전부터 벼르는 중이고 키드는 로우에 대한 마음 아직 다잡지 못하고 내가 설마 얘를 좋아할리가... 하면서 마음이 혼란혼란스럽고 로우는 아무생각 없고. 에이스는 마르코한테 폴인럽한 상태. 마르코는 저돌적으로 들이대는 에이스가 부담스럽고... 에이스가 싫다기 보다 얜 학생이고 난 선생이고 얜 10대고 난 30대고 이게 무슨 원조교제냐 이런상태. 사실 마르코는 40대지만... 그럼 너무 범죄느낌이 나니까 30대 중후반인걸로 ㅋ 이것도 충분히 범죄야... 마르코매직... 2. 키드로우에이스 셋이 나..

onepiece/썰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