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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아카 의식의 흐름으로 푸는 썰

팥_ 2013. 12. 24. 00:29

20130916


1. 시점은 애들 개화 전. 쿠로코는 쭉 아카시를 동경해왔을 것 같다. 키세키 중 가장 신뢰하는 사람 둘이 아오미네랑 아카시인데 좀 다른 개념이겠지. 아오미네에 대한 신뢰는 우정을 끼얹은 신뢰라면 아카시는 동경을 끼얹은 신뢰. 테이코 때 시점으로 보면 쿠로코가 1군으로 올 수 있게 최초의 그 어떤 발판을 던져준게 아카시니까 쿠로코는 늘 아카시에 대한 동경과 감사함이 있었을듯. 그러다 보니 늘 눈으로는 아카시를 쫓게 되고. 쿠로코의 시선의 끝이 늘 아카시라는 걸 언제부턴가 깨달은 아오미네가 그 후로 유심히 쿠로코를 주시할 것 같다. 단순한 동경인가? 아니, 그러기에는 시선이 조금... 그러다가 그냥 역시 아카시니까, 그런 시선 받을 만도 하지. 이렇게 결론내리고 그냥 기억에서 지웠을듯. 그러다 어느날 아오미네랑 쿠로코랑 남아서 연습 좀 하다가 둘이 하교하는데 아오미네가 문득 생각나서 쿠로코한테 물어볼 거 같다. 테츠, 왜 항상 아카시를 그렇게 보고있어?

 

2. 이 때 쿠로코는 자기가 아카시를 좋아하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라 그저 당황할거 같다. 왜냐하면 자기는 자기가 아카시를 어떻게 쳐다보고 있는지 모르니까. 또 남이 깨달을만큼 그렇게 끈덕지게 쳐다본 적도 없다고 생각해서. 제가 아카시군을 어떻게 쳐다본다는 말입니까? 잔뜩 당황한 목소리로 쿠로코가 물어보니 오히려 아오미네가 더 당황하겠지. 그냥 생각없이 물어본 말이고, 이런 반응이 튀어나올 줄도 몰랐는데. 정말로 자기가 아카시를 그렇게까지 쳐다본 적 없다고 생각하는 저 눈빛. 아니... 뭐... 언제나 아카시를 끈질기게 쳐다보고 있잖아. 여기까지 말하고 아오미네는 덧붙이려던 말을 그냥 그만뒀어. '농구하는 아카시 뿐 아니라, 일상의 모든 아카시를.' 쿠로코는 잠깐 말이 없었어. 물론 아카시를 동경하니 눈길이 간 건 맞지만, 내가 정말로 끈질길 정도로 쳐다봤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럽겠지.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엔 아오미네가 '끈질기다'는 표현까지 썼으니. 그래서 그냥 얼버무리는 쪽을 택할거야. ...존경하니까 그런 거 뿐입니다. 그리고 어쩐지 아오미네는 더 말할 수가 없었지. 쿠로코의 말이 사실이 아닌 걸 알지만, 그냥 입을 다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날의 하교길은 결국 침묵으로 끝나겠지.

 

3.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말을 듣고 아카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떠올려볼거야. 하교길 내내, 그리고 집에 가서도 밤잠을 설치면서. 생각해보면 자기는 아카시의 일상적인 모습을 알고 있었어. 부활동 때의 아카시는 물론이고, 수업중에 슬쩍 내려다 본 운동장에 서있던 아카시라든가, 점심시간에 미도리마와 함께 교정을 걷는 아카시라든가, 교실 앞 복도에서 니지무라와 들뜬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카시라든가. 그리고 곧 쿠로코의 생각은 한층 더 나아가지. 아카시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면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만다는 것. 특히 그 누군가가 니지무라일 때는 조금 심통 비스무리한 감정까지 든다는 것. 왜일까. 니지무라와 아카시는 꽤 끈끈한 사이였고, 그 사실을 모두가 알고있다는 것 까지 쿠로코는 알아.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니지무라는 주장이고 아카시는 부주장이잖아, 당연한건데 왜 니지무라의 옆에 있는 아카시를 보면 심통이 날까. 쿠로코는 혼란스러워 하며 자기 기억 속의 아카시를 더듬어 가겠지. 그리고 빠르게 결론에 도달할거야. 아카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약간의 벽 같은 걸 두고있었지만 니지무라 앞에서의 아카시는 조금 달랐다는 걸 깨닫겠지. 사실 쿠로코의 무의식은 진작 깨닫고 있었던 거지만. 이제서야 자각하게 된거야. 생각해보면 니지무라 앞에서의 아카시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웃기도 하고, 니지무라가 아카시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해도 그냥 내버려 두었지. 그리고 쿠로코는 최종 결론 같은 것에 도달하게 돼. 그럼 나는, 니지무라 선배 앞에서만 달라지는 아카시군이 싫었다는 건가...

 

4. 오랜만에 증식병이 튀어나와서 길어지려 하니 생략. 아무튼 이렇게 저렇게 밤새도록 끙끙 앓던 쿠로코는 자기가 아카시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 그리고 앞으로는 아카시를 보는 시선을 조절하려고 들거야. 결국 어느샌가 아카시를 쳐다봐버리곤 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돌리고 또 돌리겠지. 아카시가 먼저 말을 걸어오면 뻣뻣하게 굳어서는 짧게 짧게 단답하고 얼른 그 자리를 피해버리고. 이런 식이니 아카시도 당연히 쿠로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을 수 밖에. 쿠로코 본인에게 물어봐봤자 말해주기는 커녕 또 자기를 피할게 뻔히 보이니 아카시는 아오미네한테 물어보겠지. 요즘 쿠로코한테 무슨 일 있냐고, 자기가 말만 걸면 피한다고. 이러다 부활동에까지 지장줄까 걱정이라고. 그 말을 들은 아오미네는 끙... 하고 당황하겠지. 아무래도 자기가 쿠로코에게 '시선'에 관한 말을 한 후 이렇게 된게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뭐라고 말 할 수도 없어. 이건 엄연히 쿠로코 개인의 문제니까. 아오미네는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둘러대고 말겠지. 그건 테츠의 일이니까 테츠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 그 말에 아카시는 반격. 쿠로코가 말해줄 거라고 생각해? 그 말에 아오미네는 말문이 막혀. 자기가 생각해도 쿠로코는 말해줄 거 같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쿠로코는 항상 너를 잘 따랐으니까 말이야. 아무리 요즘 널 피해도 네가 직접 쿠로코와 대화한다면 좀 낫지 않겠어?

 

5. 그 말에 아카시는 흠... 싶다가 역시 직접 쿠로코와 부딪쳐보지도 않고 아오미네에게 간 건 아니었다고 생각이 들어. 그래서 알았다고 끄덕이곤 쿠로코에게 문자하겠지. 할 말이 있다. '부활동 끝나고 제 3 체육관으로 와.' 그리고 그 문자를 받은 쿠로코는 심장이 멎는 것만 같을거야. 일단 든 생각은 아카시가 따로 자기를 불렀다는 거에 대한 기쁨과 설렘. 하지만 곧 불안함이 밀려오겠지. 자기가 아카시를 좋아한다고 자각한 이후로는 아카시와 제대로 대화도 나눠본 적 없었어. 다른 사람도 많았던 곳에서 마저 아카시를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일대일로 아카시와 잘 대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함. 하지만 어쩌겠어. 아카시가 만나자는데. 쿠로코는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 답장하겠지. 알겠습니다.

 

6. 어쩐지 부활동 후 가방을 챙기고 정리하는 쿠로코의 손길은 느렸어. 결국 꼴지로 체육관을 나섰지. 아카시가 무슨 일로 자기를 보자고 한 건지는 뻔했어. 보나마나 요즘들어 자기가 아카시를 피하는 거에 대한 얘기겠지. 하지만 절대로,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건 아닐거야. 부활동과 관련한 일이겠지. 쿠로코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체육관을 나섰어. 하지만 몇 걸음 못 걷고 걸음을 멈춰버렸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니지무라와 아카시가 대화하고 있었어. 둘의 대화소리가 들릴 정도로 쿠로코와 둘은 가까웠지만 둘 모두 쿠로코가 있다는 건 모르는 듯 했지. 둘의 대화는 별 내용 없었어. 부활동에 관한 이야기었지. 하지만 그 누구도 아카시에게 저렇게 친밀함 섞인 장난을 거는 사람은 없었어. 그러나 니지무라는 아주 자연스럽게 아카시에게 농을 던지고, 장난을 걸고 있었지. 아카시는 그걸 또 자연스럽게 받아주고 미소짓고 있었고. 쿠로코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주었어. 둘은 연습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눴고, 마무리는 니지무라가 아카시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가는 것으로 끝이 났지. 아카시는 돌아가는 니지무라의 뒷모습을 잠깐 쳐다봤다가 제 3 체육관으로 가려는지 발을 뗐어. 그리고 쿠로코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지. 아카시군.

 

7. 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아카시가 발걸음을 살짝 멈췄다가 뒤돌아. 돌아보니 쿠로코가 인상을 쓰고 서있겠지. 쿠로코? 쿠로코가 뚜벅뚜벅 걸어와 아카시 앞에 서. 아마 쿠로코 자신도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겠지. 말만 걸면 도망치던 녀석이 오늘은 왠지 열기가 서린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먼저 입을 열려 하니 아카시는 신기해서 팔짱을 끼고 그저 쿠로코를 쳐다보고 있을거야. 그리고 쿠로코는 지금까지 쌓여있던 걸 다 말해버리고 말겠지.

 

8. 아카시군은 어째서 니지무라 선배 앞에선 변해버리는 겁니까? 우리들 앞에서 보여주는 웃음과 니지무라 선배 앞에서 보여주는 웃음, 확연히 차이나는거 보인단 말입니다. 니지무라 선배의 장난이라면 별 군소리 없이 잘 받아주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째써... 어째서 니지무라 선배만 아카시군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거죠? 왜? 나도 아카시군에게...! 그리고 쿠로코의 말은 아카시의 손짓에 뚝 막혀버렸지.

 

9. 

그러니까 이게, 지금까지 나를 피한 이유인가? 

........

이런 꼬맹이같은 이유로?

...꼬맹이 아닙니다.

니지무라씨를 질투해서 나를 피한게 꼬맹이같은 이유지 뭐야.

질투해서 피한 거 아닙니다. ...꼬맹이도 아니고요.

그렇게 안 봤는데, 쿠로코군 상당히 어린 구석이 있었,

 

10. 아카시는 말을 다 맺지 못했어. 쿠로코가 달려들어 아카시의 얼굴을 붙잡고 그대로 강하게 입을 맞춰버렸으니까. 아카시는 놀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쿠로코는 눈을 질끈 감고 밀어붙이고 있었지. 순전히 무의식에 의해 발현된 행동이었어. 아무 움직임도 없이 입술만 대고 있던 쿠로코가 곧 천천히 아카시에게서 떨어졌어. 적막과 차가운 밤 공기만이 둘 사이를 감돌았지. 쿠로코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어. 그리고 아카시의 손목을 쥐고 그 손을 그대로 제 가슴팍에 대게 했지. 아카시는 쿠로코를 쳐다보았어. 하지만 쿠로코에게서 벗어나려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 그저 가만히 쿠로코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어. 얇은 티셔츠 한장을 사이에 두고 쿠로코의 심장박동이 고스란히 아카시의 손끝에 전해졌어. 그리고 그걸 쿠로코도 알고 있었지. 그런 짓을 꼬맹이 같은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쿠로코는 약간 숨을 거칠게 쉬며 말했어. 이렇게 심장이 뛰는데, 꼬맹이 같은 마음이란 말입니까? 쿠로코는 잡았던 아카시의 손목을 놓았어. 아카시는 여전히 평소의 표정으로 쿠로코를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어. 조금씩 현실감이 찾아오는 걸 느낀 쿠로코는 입술을 깨물었어. 단호함에 차있던 쿠로코의 얼굴이 서서히 누그러지더니, 슬픔으로 변해갔지. ...아카시군. 아카시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어. 쿠로코도 어차피 대답을 바라고 부른 건 아니었고. 대화의 공백이 차갑게 둘 사이를 메워갔어. ...좋아합니다. 쿠로코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뒤를 돌아 뛰어갔어. 찬 공기 속에 홀로 남겨진 아카시는 뛰어가는 쿠로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입술을 눌러볼 뿐이었지.

 

 

 

 

 

 

 

 

 

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온거지? 쓰려고 했던건 정말로 이거랑 전혀 동떨어진 거였는데... 역시 내 의식의 흐름과 증식병은 불치병. 정말 전혀 이게 아니었는데... 덕분에 다 쓰고 맨 앞부분 통째로 수정했네. 그나저나 쿠로바스 첫 썰이 흑적이라니... 나도 참 여러모로 대단하다... 사약의 진한 풍미가 느껴지네 어휴. 그리고 아직 캐해석이 덜 돼서 너무 어려움... 특히 아카시 캐해석 너무 어렵잖아 으으. 어쨌거나 뒤는 모르겠다 결국 흑적 행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