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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테이마] Be Brave

준타와 연락이 되지 않은지 벌써 닷새째였다. 닷새라는 시간동안 나를 조여 오는 초조함 속에서 내가 깨달은 건, 나는 준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고작 휴대전화번호와 집 주소 그것들이 전부였다. 준타의 친구 하나도, 가족 하나도 알지 못했다. 준타는 대화중에 자기 얘기가 화두로 올라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잠시 멈칫하다가 그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돌리곤 했다. 주로 화제는 내 일상과 안위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그야 준타는 나보다 훨씬 사교적이고 활발한 성격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준타와 연락이 끊기고 나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건 단지 내가 준타에 대해 알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너를 알고 싶..

etc/글 2014.07.13

[아오테이마] 어둠의 조각

테시마 준타는 거짓말에 서툴렀다. 모두가 그를 뛰어난 책략가라 했지만 그러기에 그는 딱 하나 부족한 점이 있었다. 거짓말에 서투르다는 점이었다. 자고로 책략가의 완벽한 책략은 아군까지 속일 수 있을 정도의 포커페이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상대를 교란시키고, 또 교란시키며 끝의 끝까지 제 술수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 그것에서 완벽한 책략이란 것은 뻗어나간다. 다른 이들은 테시마 준타가 제법 능수능란하게 제 표정을 다룬다고들 평했다. 화려한 말솜씨로 상대를 교란시키고, 상대가 그것에 혹해있는 동안 교묘하게 제 무기를 꺼내는 좋은 책략가라고들 했다. 아오야기 하지메 역시 경기 중의 테시마 준타가 그렇다는 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평상시의 테시마가 그렇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테시마는 제가 지금까지 ..

etc/글 2014.07.06

[린하루]

20131104 너를 이겼다. 너의 파란 눈동자에 비친 나는 무엇보다도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를 이김으로서 나는 드디어 누군가에게 뒤쳐지지 않는, 얽매이지 않는 인생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허리를 숙여 네게 손을 건넸다. 승자만이 위치할 수 있는 자리. 그 곳에 서서 나는 너를 패배로부터 일으키기 위해 손을 건넸다. 너의 눈 속의 내가 일렁거렸다. 파란 눈동자가 깊은 바다라도 된 것처럼, 그 속에서 나는 일렁이며 헤엄치고 있었다. 너는 내 손을 바라보기만 하고 잡지 않았다. 손에 있던 물기가 바람에 마르며 점점 차가워져갔다. 하루!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달려왔다. 언제나 네 옆에서 버팀목 같은 꼴을 하고섰던 마코토였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도 네게 그런 식으로 굴 터..

etc/글 2014.07.02

[T2/아오테] 아오야기 하지메의 능력

20140628 아오야기 하지메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었다. 처음으로 제 능력을 깨닫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테시마 준타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었다. 제게 자전거를 잘 탄다며 말을 걸어준 그 검은 곱슬머리의 낯선 남자 아이에게 아오야기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제 나름대로 기쁨이 섞인 당황함이었지만 아오야기를 처음 만난 테시마가 알아차릴 리는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오야기에게 오히려 당황한 테시마는 그대로 머쓱해하며 제 가던 길로 떠나갔다. 아오야기는 생각했다. 이게 아닌데. 또 생각했다. 저 애를 붙잡고 싶어. 대화하고 싶어. 말해주고 싶어, 내 이름. 그 순간 세상이 제멋대로 뒤집어졌다. 약간의 두통과 함께 온전히 돌아온 세상에는 아오야기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

etc/글 201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