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piece/글

[에이로우] 꿈

팥_ 2013. 12. 24. 00:21

20130623

 

  눈부셔. 손을 들어 햇빛을 가려봐도 손가락 사이사이로 부서지는 햇빛이 눈에 들어온다.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나오려 든다. 손가락을 붙였다 벌렸다를 반복해 본다. 햇빛이 얼굴 위로 쏟아졌다, 감춰졌다, 쏟아졌다. 손을 내렸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눈부심도 잠시, 감은 눈의 시야가 어두워진다. 눈을 떴다. 아… 넌. 햇빛보다 더 눈부신 얼굴이 거기 있었다. 아래로 흐트러지는 검은 머리칼에, 자잘한 주근깨, 눈이 안 보여라 웃고 있는… 너. 오랜만이야. 소리를 내려 했는데 소리가 나지 않아 입을 벙긋거리기만 했다. 네 얼굴이 가까워져, 혼자서 벙긋거리고 있는 내 입술 위에 네가 내려앉는다. 뭐가 오랜만이야, 어제도 봤는데. 키득거리는 너의 웃음이 내 입술을 간질이고 나는 머리가 멍해져온다. 어제, 어제, 어제. 기억이 없었다. 어제도, 그제도, 일주일 전도, 한 달 전도. 기억이 없다. 내 기억 속에선… 내 기억 속의 너는…

 

  “표정이 왜 그래, 꿈이라도 꿨어?”

 

  꿈. 꿈이라. 아마도 기나긴 꿈을 꿨나. 나는 두 팔을 뻗어 네 등을 끌어안았다. 단단한 감촉과 따뜻한 체온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나는 너의 품에 고개를 묻고 몇 번 끄덕거렸다. 긴 꿈을 꿨어. 웅얼거리는 내 목소리에 네가 다정하게 나를 안고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는다. 악몽이라도 꿨어? 악몽. 그야말로 최악의 악몽이었다. 나는 잠기운을 이용하여 조금 더 어리광을 부리기로 했다. 왠지 그러고만 싶었다.

 

  “네가 죽는 꿈.”

 

  붉은 개에게 네가 타들어가던 생생한 꿈. 그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어쩐지 울음기가 묻어있는 내 목소리에 너는 조금 몸을 굳혔다가 다시 나를 안아주었다. 꿈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너무도 긴 꿈이었다. 생생하고, 소름끼치는 꿈. 하마터면 현실이라고 생각할 뻔 한 꿈. 얼마나 긴 꿈이었는지 네 얼굴을 잊을 뻔 했다. 나는 네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네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자마자 네 얼굴이 햇빛에 반사돼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눈부신 빛만 눈에 들어찰 뿐이었다.

 

  “보고 싶었어….”

 

  어제도, 그제도 만난 너인데 어째선지 울음이 비집고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너의 얼굴을 다시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늘따라 햇빛은 어찌나 강렬한지. 울음이 나오는 건 네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햇빛 때문인 걸까. 내가 너의 얼굴을 보려 애쓰는 동안 너는 부러 나를 끌어안았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너의 결 좋은 머리카락과 너의 몸뚱어리뿐이었다. 이거라도 어찌나 감사한지. 나는 연신 너의 등을 쓰다듬었다. 꿈에서 보았던 끔찍한 구멍 같은 건 없었다. 너의 숨결이 귓가에 번져 나를 적셨다. 로우. 응, 응, 에이스.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꾸역꾸역 안으로 삼켜질 뿐이었다. 

 

  “열심히 살아.”

 

  너의 말 뒤에는 미묘한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내가 없어도 열심히 살아. 네가 정말 하고 싶던 말은 이런 말이었을까. 나는 필사적으로 너를 끌어안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에이스, 에이스, 에이스. 너의 이름을 불러대고 싶었다. 목이 터져라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미친 듯이 목을 졸라보고 긁어대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사실 나는 목소리가 나오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마 이 방법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네 얼굴이 기억이 안나, 보고 싶어, 사랑해, 어디 가지 마, 또 악몽 꿀지도 모르니까 계속 옆에 있어줘, 안아줘, 사랑해줘.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를 힘껏 그러안고 있었던 팔이 허전해졌다. 눈부신 햇빛도 없었다. 새벽의 푸르른 달빛뿐이었다. 나는 다시 팔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먼지만을 안고 내 가슴 위로 떨어질 뿐이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끔찍한 악몽이라는 걸. 울음이 터져 나왔다.

 

  네가 죽은 지 딱 일 년이었다.

 

 

 

 

 

 

 

에이로우는 달달한걸 쓰려해도 신파가 되는게 현실. 사실 에이로우는 뭐를 봐도 애틋해질 수 밖에 없는 커플이다. 에이로우로 달달한걸 쓰려면 원피스 세계관으로는 불가능 할 것만 같고... 에이스가 보고싶다... 에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