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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로우] 폭풍의 시작

팥_ 2013. 12. 24. 00:09

20130618


  처음에는 그저 약한 꼬맹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당당하게 다른 해적의 본거지에 쳐들어와서는 무례한 인사를 해대는 꼬맹이의 목숨을 조금 연장시켜줬을 뿐이었다. 내가 중간에서 걸러내지 않았더라면 베르고에게 넘겨져 예절교육이라며 종일 얻어맞았을 게 뻔했으니. 칠무해의 소굴에 들어와서는 무섭지도 않나? 내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하도 어이가 없어 5년이 지나도록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 했다. 칠무해가 뭔데? 난 동료를 구하고 있을 뿐이다. 너 강하냐? 그 말에 나는 룸을 펼치고 녀석의 작은 배를 두 동강 내는 작은 쇼를 보여주었다. 그와 동시에 녀석의 눈동자가 커졌고, 곧 분노로 얼룩져가는 광경을 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처음 녀석이 무단 침입 했을 때의 광경을 생각해보면 나는 당연히도 녀석이 내게 덤벼들 거라고 생각했다. 여유롭게 이 꼬맹이를 어떻게 동강내줄까 머릿속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녀석은 의외로 그 분노를 참아내고 있었다. 안하무인 다혈질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분노를 참아내는 녀석을 보며 난 일순간에 흥미를 잃어 그냥 깔끔하게 녀석의 배를 붙여주었다.


  "이만큼 봐줬으면 그만 가라."

  "너… 칠무해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였다. 결국 나는 조금 더 친절을 베풀기로 결심했다. 핑계를 대자면 도플라밍고도 자리를 비운지 꽤 됐고, 요즘은 바다가 잠잠해 심심했던 참이라고 하자. 칠무해가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칠무해냐 물어보다니. 칠무해가 무엇인지부터 이곳이 돈키호테 도플라밍고의 영역이라는 것까지 다 설명해 주고도 녀석의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하루 정도는 애송이에게 친절해도 괜찮겠지. 나는 녀석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더 물어보란 식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내게 물었다. 


  "너처럼 강한 녀석이 왜 남의 밑에서 일을 하지?"

 

  골치 아픈 녀석이 틀림없었다. 이 때 얼른 내쫓았어야 했는데.


  "나보다 강한 사람이 많으니까. 그러니까 얼른 이 바다에서 꺼지는 게 좋을 거다."

  "그럼 내가 도플라밍고를 물리치면?"


  잠시 정신이 아찔해질 뻔 했다. 제대로 된 해적기 하나 안 달은 녀석이 뭐라 지껄이는 건가 싶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그 꼴이었다. 이 순간까지만 해도 그냥 그 나이에 흔하게 부릴 법한 허세와 치기라고 생각했었다.


  "그 때는 내 동료 할래?"

  "헛소리."


  말 그대로 헛소리였다. 나는 돈키호테 패밀리의 하트 지위를 받기로 예정된 남자였으니. 이제 막 해적놀이를 시작한 꼬맹이의 말을 너무 오래 들어주고 말았다. 하긴, 아무것도 모르니 가능한 소리였다. 도플라밍고의 이름을 아는 자였으면 저런 헛소리는 하지 않을 테니까. 슬슬 돌려보낼 시간이 됐다고 생각했다. 베르고가 곧 나를 불러 그 풋내기는 어떻게 처리했냐고 물을 터였다. 


  "지금은 너보다 약한 것 같지만 나 정말 강해질 텐데?"

  "가라."

  "같이 항해하자, 응?"


  녀석은 이제 배에서 제 짐을 끌어내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막무가내인건지. 나는 녀석의 멱살을 붙잡아 들었다. 약해빠진 놈한테는 관심 없으니까 꺼지라고.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어 말했다. 녀석의 얼굴은 숨이 찬지 상기되어 찌푸린 인상을 하고 있었다. 


  "그럼 강해지게 해주든가!!"

  "……."

  "나 아직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너보다 약한 것도 인정할게. 그러니까 가르쳐줘 전부."


  언제 내가 녀석을 내려놨던가. 땅에 온전히 두 발을 붙인 녀석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내게 뱉어냈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나는 반사작용처럼 그 날의 일을 다시 머릿속에 그릴 수밖에 없었다. 내 부모를 죽인 남자에게 내가 처음 했던 말이었다. 내 부모처럼 되고 싶지 않으니까 강해지게 해달라고 지껄였었나. 사실 기억이 희미한 척 하는 것뿐이지만.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그 기억을 부정하고 싶어 내가 지껄인 말도 기억의 파편이 날아간 것처럼 내 자신마저 속여낼 뿐이었다. 돈키호테 도플라밍고. 여덟 살짜리 아이 앞에서 그의 부모를 무참하게 살해한 남자나, 제 부모의 살해범에게 강해지게 해달라고 소리 지르는 아이나. 약한 먹잇감의 배를 두 동강 내는 남자나, 저를 무시한 남자에게 강해지게 해달라는 남자나.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이 꼬맹이에게 내 시간을 과하게 할애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

  "포트거스 D. 에이스다."

  "……."


  어쩐지. D의 일족이었군. 보통의 약한 애송이였다면 내가 이렇게 시간을 할애할 리 없었다. 자꾸만 시간을 쓰게 만드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도플라밍고의 말에 따르면 D는 폭풍을 불러온다고 하던데. 이 녀석도 폭풍을 불러올 참인가.


  "당신은?"


  아니다. 어쩌면,


  "…트라팔가 로우."


  이미 불러왔을지도.











에이스랑 로우가 동료였다는 설로 첫만남. 

생각해보면 도플라밍고가 로우의 부모를 죽이고 로우를 키웠을지도 않나 싶어서... 라기보단 그러면 좋겠다. 로우는 어떻게 D의 의지를 알고 있는걸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에이스랑 로우랑 한솥밥 먹다가 스페이드 해적단이란 이름도 로우가 정해준거면 참 좋을텐데. 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