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star

[치아미도] 딸기 샌드 솔로 히어로

팥_ 2017. 4. 16. 05:17



Q. 자, 그럼 이제 조금 사적인 질문을 해보겠다. 괜찮나?

A. 안 괜찮다고 하면 그만둘 건가? (웃음)


Q. 안 그만둘 거 알면서 뭘 물어보나. (웃음)

A. 혹시나 하고 물어봤다. 사실 무슨 질문일지 예상이 간다. 


Q. 맞다. 나도 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 물어볼 수가 없다. 어제 갑자기 열애중이라는 발표를 했다. 아주 깜짝 놀랐다. 아이돌이 먼저 열애 사실을 밝히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왜 그런 발표를 했는가? 

A.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랑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하다고, 좋은 사람과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사실은 처음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매니저도 동료들도 모두 말렸다. 결정적으로 애인이 싫어했다. 


Q. 애인만 찬성했다면 처음부터 말했을 거라는 말처럼 들린다.

A. 사실이다. 늘 내가 말하고 싶다고 졸랐다. 계속 반대했었는데 며칠 전에 문득 먼저 말해주더라. ‘이제 나도 당신을 자랑하고 싶어요.’ 너무 기뻐서 안고 엉엉 울었다. 


Q. 멋진 말이다. 사랑이 느껴진다. 

A. 그렇다. 아주 뜨거운 사랑이다!


Q. (웃음) 연하라고 들었다. 

A. 맞다. 두 살 연하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대학생이다.


Q. 무슨 말인가?

A. 말 그대로다.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평범하지 않다. 엄청 예쁘다.


Q. (잠시 침묵) 깍지가 심하게 낀 게 아닌가.

A. 아니다. 거리에 나가면 지나가는 사람들 열 명 중에 아홉은 다 돌아본다. 나머지 하나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 미처 못 본 사람이다. (웃음) 아무튼 정말로 예쁘다. 첫눈에 반했었고, 내 첫사랑이다. 벌써 사귄지도 6년째다. 6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처음 마음 그대로다. 늘 얼굴만 봐도 설레고,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매일 매일 행복하다. 


Q. 정말 사랑하나보다. 나까지 두근거릴 정도다. 당신 같은 사람한테 사랑받으면 벅찰 것 같다.

A. 잘 모르겠다. 그 사람도 똑같이 나를 사랑해준다. 워낙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 표현을 못하지만 그래도 다 보인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전부 느낄 수 있다. 물론 요즘은 자주 제대로 얘기해준다. 그 사람이 사랑한다고 말해줄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Q. 6년이라니 고등학생 때부터 교제한 건가? 

A. 그렇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교제했다.


Q. 첫 만남은 역시 학교인가? 

A. 아니, 그보다 전에 만났다. 


Q.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알던 사이?

A. 그건 아니다. 그냥 나만 일방적으로 만났다. 


Q. 스토커? (웃음)

A. 농담이 심하다. (웃음) 그건 아니고,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처음 만났다. 음료수를 고르고 있는데 옆에서 혼자 한참동안 서있길래 눈이 갔다. 가까이서 슬쩍 보니 같은 빵 두 개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얼마나 오래 보던지 맛도 기억한다. 딸기크림이 샌드된 빵이었다. 크기 때문에 고민하는 건가 싶었다. 괜히 호기심이 생겨서 옆에서 힐끗 보고 있으니 곧 겨우 하나를 정했는지 계산을 하고는 급하게 봉지를 뜯더라. 많이 배고팠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기서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Q. 뭐였나? 끊는 기술이 꽤 좋다. 지금 굉장히 궁금하다. 

A. 귀여워서 기절하지 말고 잘 들어라. 뜯자마자 빵은 보지도 않고 같이 들어있는 스티커를 꺼내더라. 아마 산○○ 캐릭터 스티커가 들어있었던 것 같다. 중복이었는지 엄청 실망하더라. 잔뜩 어깨를 늘어뜨리고 우울한 얼굴로 나가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아마 다른 빵을 하나 더 살 돈은 모자랐을까? 마음 같아서는 하나 사주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 얼굴이었다. 아쉽게도 바로 편의점을 나가서 사주지는 못했지만. 아, 이건 그 사람에게 말한 적 없다. 당연히 입학하고 만난 게 처음이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왠지 즐거운 나만의 비밀이었는데 이제 아니게 돼서 뭔가 아쉽기도. (웃음)


Q. 정말로 귀엽다. 기절할 뻔했다. (웃음) 그보다 지금 표정이 엄청 행복해보여서 질투나려고 한다. 본인은 솔로라서 슬슬 배가 아파오니 사랑에 관한 질문은 이쯤 하겠다. 그럼 다음으로……


.

.

.


  미도리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잡지를 내렸다. 잡지를 내리자 눈앞에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 다가왔다. 왠지 얄밉게 느껴지는 얼굴에 미도리는 바로 다시 잡지를 들어올렸다. 

  “어떠냐, 잘 대답했지!”

  “……저 얘기는 뭐예요?”

  미도리가 다시 잡지를 들어 얼굴을 가리자 치아키는 이리저리로 얼굴을 빼어 미도리와 눈을 마주치려고 용을 썼다. 그 모습에 미도리는 치아키의 움직임을 따라 잡지를 움직였지만 치아키의 속도가 더 빨랐다. 치아키는 잽싸게 잡지를 잡더니 뒤로 젖히며 불쑥 얼굴을 밀고 들어왔다. 미도리는 결국 한숨을 쉬며 잡지를 내려놓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만난 걸 얘기하면 누가 봐도 저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괜찮아, 아무도 남자라고는 생각 못 할걸?”

  “그렇기야 하겠지만…… 그래서 저 첫 만남 이야기는 뭐예요? 처음 듣는데. 혹시 다른 사람 얘기한 건 아니죠?”

  미도리가 한 쪽 볼을 부풀려 불퉁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치아키는 급하게 손을 뻗어 내저었다. 

  “아냐, 아냐,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기억 안 나?”

  “글쎄요, 스티커 모으려고 빵 산 게 한두 번은 아니라…… ……사람을 숨어서 관찰하고 있었어요? 변태.”

  기억을 더듬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로 굴리던 미도리가 치아키를 흘겨보았다. 

  “어쩔 수 없잖아, 혼자 뭐 하느라 똑같아 보이는 빵 두 개를 들고 서있는지 궁금했다고! 그리고 귀여워서 계속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당황한 듯 귀 끝까지 얼굴을 붉히고 변명하듯 중얼거리는 치아키에 미도리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이리 와요. 미도리가 미소를 짓고 속삭이듯 말했다. 제 옆자리를 톡톡 두드리는 손길이 부드러웠다. 치아키는 재빠르게 미도리의 옆자리에 뛰어들었다. 어찌나 요란하게 뛰어들었는지 침대가 크게 출렁였다. 

  “모리사와 선배.”

  “……응.”

  “모리사와 씨.”

  “…….”

  “치아키 선배.”

  “……그, 만…”

  “치아키 씨.”

  계속해서 이름을 중얼거리는 동안 미도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빤히 치아키를 바라보았다. 미도리가 한 번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애먼 치아키의 얼굴만 더 이상 붉어질 수는 없다 싶을 정도로 붉게 타올랐다. 결국 치아키는 미도리의 눈을 피해 살짝 고개를 돌렸다. 미도리는 그런 치아키를 보며 작게 소리 내어 웃더니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손이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운 체온이었다.

  “저도 입학하기 전에 선배를 본 적 있어요.”

  “……응?”

  “휴일에 집안일을 돕느라 짐을 들고 공원 쪽으로 걸어가는데, 왠지 시끄러운 거예요. 뭔가 하고 보니 아이들이 꽤 바글바글 모여 있고 그 사이에 온통 새빨간 옷을 입은 남자 하나가 있었어요.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의상이었지만 아이들은 꽤 좋아하더라구요.”

  “…….”

  이어지는 미도리의 말에 치아키는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미도리는 똑바로 치아키의 눈을 마주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손으로 뺨을 쓰다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혼자서 히어로 역할도 하고, 악당 역할도 하는데…… 아무런 소품도 없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일인극이었지만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건 느껴졌어요. 그 ‘히어로’도, 아이들도요.”

  “…….”

  “대단해보였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일처럼 어려운 게 어디 있겠어요. 나는 평생 저렇게 살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뺨을 쓰다듬던 미도리의 손길이 멎었다. 치아키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미도리의 손등 위로 겹쳐 쥐었다. 포근하고 따스한 시선이 오갔다. 미도리는 웃으며 손을 돌려 치아키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제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치아키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 좀 더 힘을 실어 손을 쥐었다. 

  “나, 지금은 아이돌 같이 대단한 거 아니지만……”

  “…….”

  “선배랑 같이…… 한 순간이라도, 인생에서 한 순간이라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기뻤어요. ……고마워요, 정말로.”

  줄곧 치아키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중얼거리던 미도리는 마지막 순간에 와서야 조심스레 눈을 돌렸다. 치아키는 머뭇거리다 마주잡은 손 위로 다른 손을 겹쳐 쥐었다. 더해진 따뜻한 온기에 미도리는 도록도록 눈동자를 굴렸다.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치아키가 눈을 접어 활짝 웃어보였다.

  “아이돌이 아니어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

  “나한테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사람이야. 타카미네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무슨 생활을 하고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아. 타카미네 덕분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어떤 마음인지 알았고,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도 알았어. 후회한 적 있지도 않지만, 앞으로도 없겠지.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야.”

  “……저, 도요……”

  미도리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도리의 손을 잡은 치아키의 손에 더욱 힘이 실렸다. 따뜻하고 강한 손길이었다. 미도리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예쁘게 웃는 얼굴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언제 봐도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미도리는 천천히 치아키를 따라 크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가슴이 기분 좋게 콕콕 따가웠다.

  “……6년 동안 빠짐없이 사랑했어요.”

  “……6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했어.”

  “60년도 더 사랑할 수 있을까?”

  “600년도 더 사랑할 수 있을걸.”

  치아키의 말과 동시에 둘은 작은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가늘게 눈을 뜨고 치아키를 바라보던 미도리가 손을 뻗어 그의 허리에 둘렀다. 미도리가 살짝 힘을 주어 제 쪽으로 잡아당기자 치아키가 자연스레 그를 끌어안았다. 코끝이 맞닿고 서로의 숨결이 여린 살을 간지럽혔다. 연인이 아니면 알 수 없을 느낌. 치아키가 천천히 고개를 저어 코끝을 부비적거리자 미도리는 간지러운듯 눈을 찡긋거리다 빠르게 치아키의 입술 위로 입을 맞추고는 떨어졌다.

  “사랑해요, 치아키 씨.”

  “…….”

  “대답 안 해줄 건가요?”

  장난스레 미도리가 입술을 비죽 내밀자 치아키가 당황한 얼굴로 미도리의 입술 위로 꾹 제 입술을 눌렀다 떼었다. 푸핫, 미도리가 눈을 접어 웃었다. 뽀뽀해달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미도리의 말에 치아키가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사랑해, 미도리.”

  “……응, 치아키 씨.”

  짧은 대답을 끝으로 미도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게 신호라도 된 듯 치아키는 양손으로 미도리의 뺨을 감싸 쥐었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치아키의 손길에 미도리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치아키는 늘 이 시간을 좋아했다. 아주 찰나지만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시간. 키스 직전의 미도리는 늘 이런 얼굴을 했다. 조금의 불안함도 없이 오로지 행복에만 젖어 달콤한 생각을 하는 얼굴이다. 치아키는 그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었다. 치아키는 미도리를 따라 눈을 감았다. 천천히 두 입술이 겹쳐졌다. 사랑하고 있었다.





#치아미도_전력_60분

주제 ; 첫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