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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카게] L'Elisir d'Amore

(PC : 우클릭, 모바일 : 꾹 누르기 후 연속재생) 카게야마는 입에 요구르트를 물고서 나츠미가 내민 작은 유리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번 체육 수행평가가 배구라며 꼭 좀 도와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거듭하길래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연습을 도와줬더니 오늘 대뜸 찾아와 수행평가 만점을 받았다며 답례라고 내민 것이었다. 카게야마는 나츠미의 손에서 약병을 받아들어 이리저리 돌려 살펴보았다. 투명한 유리병 안에서 연분홍빛의 액체가 잘게 찰랑이고 있었다. 병에는 그 어떤 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병에서 시선을 돌려 나츠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츠미는 마치 장난을 치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살짝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이게 뭔데?” 카게야마의..

hq/글 2014.09.20

[히카게]

키워드 : 흙냄새, 초저녁, 풀벌레 카게야마에게선 늘 같은 냄새가 났다. 히나타는 까치발을 들어 카게야마의 저지 뒷목덜미를 잡아 끌어내린 후 그 틈새에 코를 밀어 넣고 킁킁대는 것을 좋아했다. 그럴 때면 카게야마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펄쩍 뛰곤 했지만 결국 히나타가 냄새를 맡는 것을 그만둘 때까지 피곤한 얼굴로 몸을 숙여주곤 했다. 그러면 히나타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카게야마를 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린 후 올라타 이번에는 쇄골께에 코를 묻고 한껏 숨을 들이마시곤 했다. 사실 카게야마에게는 그것이 불쾌하다거나, 싫은 일은 아니었다. 다른 이였다면 그러고도 남을만한 행동이었지만 카게야마는 그런 감정에 둔감했기에 그저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부활동 중에도 물론..

hq/글 2014.09.18

[츠키카게]

키워드 : 운동장, 유리 츠키시마는 낯선 책상을 손끝으로 쓸어보았다. 책상은 바꾼지 얼마 안 된 것인 듯 낙서도 흠집도 거의 없이 반질반질한 모습이었다. 츠키시마는 쓰게 웃으며 책상의 오른쪽 아래 구석을 천천히 쓰다듬어보았다. 하긴, 십 년 전의 책상이 여태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그 때도 충분히 낡아있던 책상인데. 츠키시마는 손가락을 세워 느리게 책상 위에 글씨를 적듯 움직였다. 츠키시마의 손가락이 훑고 간 곳에 월(月)자가 흐리게 남았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창가 쪽, 앞에서 네 번째 책상. 지금 제가 손가락으로 글씨를 적은 이 책상. 십 년 전 카게야마의 책상이었다. 카게야마와 다른 반이었던 츠키시마는 종종 카게야마를 만나기 위해 그의 반에 찾아오곤 했었다. 카게야마는 츠키시마가 만나러 왔던 ..

hq/글 2014.09.17

[오이카게쿠로] True Love Waits

카게른 합작 부문으로 제출한 글입니다.http://lol.ncity.net/tobio/ (PC:우클릭 / 모바일:꾹 누르기 후 연속재생) 한참을 식은 커피와 함께 홀로 앉아있던 카게야마는 천천히 일어나 카페의 문을 열고 나섰다.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쨍쨍했던 하늘은 어느새 투둑투둑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작게 한숨을 쉬며 처마 밑을 벗어났다. 순식간에 옷이 젖어들었다. 차갑고 끈적끈적한 그 느낌에 카게야마는 인상을 쓰며 걸음을 빨리했다. 그저 최대한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었다. 카게야마는 잠시 멈춰 방금 전까지 제가 앉아있던 카페를 돌아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와, 오이카와가 앉아있었던 카페를. 카게야마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다시 돌아섰다. 집으로 가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

hq/글 2014.09.14

[스가카게] 나는 꽃을 키운다

나는 요즘 꽃을 키운다. 이 꽃이 자라는 원동력은 물도, 햇볕도, 그 어떤 영양제도 아니다. 이 꽃은 사람의 피를 마시고 자란다. ‘피로 자라는 꽃이래.’ 나는 건네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물끄러미 검은 흙으로 가득 찬 화분을 바라보았다. 촉촉한 흙 속에는 새끼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씨앗이 묻혀 있다고 했다. 나는 물끄러미 그 검고 습한 흙을 바라보는 것을 관두고 물을 떠와 조금 흘려보았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나는 헛웃음을 뱉어냈다. 하긴, 그 어떤 꽃이라도 물을 조금 준다고 해서 순식간에 자라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는 아까 전보다도 더 젖은 흙을 잠시 바라보다가 곧 자리를 떴다. 어련히 자라나겠지 싶었다. 그렇게 나는 화분을 잊어버렸다. 일주일? 아니면 이주일이나 지났을까. 나는 문득 창가에 놓인..

hq/글 2014.09.13

[킨카게쿠니] 사춘기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붉어진 얼굴을 양손에 묻었다. 정말이지 언제부터였을까. 저 ‘코트 위의 왕’을 이런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그것은 소리 없이 차올라 서서히 발끝을 적셔오는 감정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몸의 절반 정도가 흠뻑 젖어버린 채였다. 어리둥절했다. 왜 옷이 젖어있는 거지? 나는 한참을 젖어버린 옷을 내려다보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섬광과도 같은 것이 스쳤다. 그 때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시선의 끝에는 카게야마 토비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카게야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옷은 더더욱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마침내 전신이 물에 젖은 꼴이 되고서야 나는 인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저 녀석을 좋아하고 있음을. 그러나 인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

hq/글 2014.09.12

[시라카게]

시라부 이름이 나오기 전에 적었던 글입니다.. 그래서 글에 이름이 없어요 ^^; 세터라는 포지션은 특별하다. 다른 포지션들과는 다르게 한 팀에 딱 하나 뿐이며, 세터의 특성에 따라 팀의 플레이 스타일이 완벽하게 뒤집힌다. 나는 늘 내 포지션을 사랑했다. 팀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에이스에게 멋진 토스를 올리는 것, 언제나 최적의 토스를 올려줄 거라고 동료들에게 신뢰받는 것, 내가 올려준 토스를 통해 강력한 1점을 따내는 것.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내게 강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나는 이 팀에서 신뢰받는 세터였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언제부턴가 우시지마 선배가 내게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이름을 꺼내기 시작했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나는 중학생 시절, 카게야마에게 패한 적이 있었..

hq/글 2014.09.11

[아오아카/청적] 바다

아오미네 다이키 생일 기념 청적 '사망' 소재 글 합작에 참여한 글입니다.급조로 합작열고 반나절 만에 마감하기로 한 글이라 날림이 심합니다.http://notfound.tistory.com/3 아카시는 바다 앞에 멈춰 섰다. 바다는 푸르고도 하이얬다. 넘실대는 파도가 모래사장 위로 꾸역꾸역 기어 올라와 하얀 거품을 만들어냈다. 제법 높은 크기로 쳐오는 파도는 젖지 않은 모래사장의 영역을 자꾸만 침범해왔다. 아카시는 제 구두 끝에 닿을 듯 말 듯하게 올라온 바다를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구두가 물에 젖을 것 같았지만 아카시는 그것을 피해 뒷걸음질을 친다거나 하지 않았다. “안녕, 다이키.” 아카시는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바다는 대답이 없었다. 조용히 꾸물대며 모..

kurobas/글 2014.09.01

[오이카게쿠로] 얼룩

동페 서비스에리어에 배포하였던 글입니다.가져가주신 분들 전부 감사합니다! 카라스노의 경기는 무난하게 이기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음껏 자신 있게 토스를 쏘아올리고, 각종 화려한 개인기를 구사하는 제 애인을 멀찍이서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을 무렵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쿠로오는 시선을 돌렸다. 흰색과 민트색이 섞인 져지, 구불거리는 갈색 머리, 그 등에는 영어로 적힌 학교 이름이… 아오바죠사이. 쿠로오는 콧등을 살짝 찡그렸다. 제 예상이 맞다면 저 남자는 아마도, 거기까지 생각한 쿠로오는 슬쩍 돌아본 점수판이 24-17인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향해 내려갔다. 갈색머리의 남자가 저를 돌아보는 것도 같았지만 자신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쿠로오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계단을 ..

hq/글 2014.08.30

[동페SA/Li2] 오이카게+우시 소설본《 Violet Hill 》인포 및 수량조사

동네 온리 페스타에서 열리는 하이큐 온리전 Service AREA의 Li2 '그림자가 오른쪽에 지는 시간' 부스에서 나올 오이카게+우시 신간 소설지《 Violet Hill 》의 인포 및 수량조사 페이지입니다.《 Violet Hill 》오이카와 토오루 x 카게야마 토비오130x190 / 인쇄본 / R-18 / 166p / 10000원 / 1인 1구매대리구매 방지를 위해 1인 1구매로 제한합니다. (행사에 오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통판 진행합니다.)센티넬버스 AU 주의. (기존의 센티넬버스를 참고로 약간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 요약글로 첨부한 세계관을 참고해주세요.)원작과 전혀 관계없는 오리지널 세계관을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우시카게 쪽의 묘사는 거의 없으니 그냥 오이카게로 ..

bookinfo 201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