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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카게] 사랑의 울림

쿠로오 생일 기념 급조글. 생일 축하해 쿠로오! [전화해도 돼?] [어… 안 돼요.] [아, 왜.] [지금 못 받아요.] [그럼 뽀뽀해줘.] [문자로 무슨 뽀뽀를 해요?] [이렇게. 쪽쪽 • 3• )~♥] 칼 같이 이어지던 메시지는 쿠로오의 저 메시지를 끝으로 몇 분간 답이 없었다. 쿠로오는 소파에 드러누워 휴대전화의 메시지 목록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띄우고 액정을 살살 쓰다듬었다. 보나마나 잔뜩 빨개진 얼굴로 휴대전화만 꼬옥 붙잡고서 바들바들 떨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러고 있을 카게야마를 상상하니 괜히 헤벌쭉한 미소가 피어나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이제는 입 밖으로 이상한 웃음소리 같은 것이 튀어나오려고 해 쿠로오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보아하니 앞으로도 몇 분은 더 답장 안, ..

hq/글 2014.11.17

[츠키카게] 어려운 연애

141109 츠키카게 데이 기념 츠키카게 교류회에 배포하였던 글입니다. 카게야마는 곁눈질로 츠키시마의 얼굴을 슬쩍 살폈다. 그 무심한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같게만 보였다. 아마 누구라도 츠키시마에게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터였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달랐다. 단적인 예로, 오늘 부활동 동안 츠키시마는 단 한 번도 카게야마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좋은 소리는 물론이고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습관처럼 꼭 내뱉던 그 ‘왕님’이라는 단어마저도 츠키시마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러니까 마치…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카게야마는 삐딱한 표정으로 저도 모르게 츠키시마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한 손에 물병을 들고 다가온 히나타가 ‘츠키시마한테 할 말 있어?’라고 말을 걸어주지 않았더..

hq/글 2014.11.09

[카게른] 단문 모음집

141107 카게른 교류회에 배포하였던 글입니다. 1. 오이카게 한때는 거대한 문명이었던 것들의 잔해를 군홧발로 대충 걷어낸 오이카와가 힘겹게 콘크리트 더미들을 뛰어넘었다. 대충 둘러보기에도 생존자가 있을 만한 풍경은 아니었다. 하긴, 개미새끼 하나 안 남기려고 이딴 짓까지 저질렀는데 없어야지. 오이카와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래도 혹시 모를 생존자를 위해 몸에 주렁주렁 두른 탐지기들을 이곳저곳에 대어보며 열심히 길인지 뭔지 모를 곳을 걸었다. 몽매한 민간인들을 처리하기 위해 이런 짓까지 벌인 그들이 이제 와서 생존자를 찾는 이유는 간단했다. 최악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대단한 상을 수여한다거나, 살아남아준 데에 대한 감사인사를 건네거나, 각종 수단을 전부 동원해서 치료한다거나 하는 방향의 것은 절대로..

hq/글 2014.11.09

[쿠로카게오이]

퍄님 ; 땀방울이 코끝에 힘겹게 달려 있다 곧 바닥으로 떨어졌다.혜유님 ; 결빙을 풀고 나 너를 안을게. 위의 두 문장을 이용해서 쓴 글입니다. 나는 새벽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척거렸다.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네 시선이 자꾸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네가 나를 그렇게 쳐다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애초에, 내가 네게 그럴만한 일을 만든 것도 처음이었지. 처음으로 네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너를 대할 때면 항상 조심스럽고 또 섬세하게 대해왔었다. 농담을 하면서도 혹여 네가 싫어하진 않을지 여러 번 고민 끝에 입에 담았고, 네게 입을 맞출 때도 몇 번 입술을 달싹이며 뜸을 들이다 입을 맞추었다. 너는 내 세상의 전부였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이에게 어떻게 험하게 굴 수 있을까. 늘 ..

hq/글 2014.11.01

[카게른] 조각글 모음 (140806~1401026)

트위터, 트윗숏으로 짧게 적어내려간 단문들 백업입니다. 140806 #멘션으로_키워드세개주시면_140썰로_돌려드립니다 1. 오이카게 / 새벽, 담배, 숨소리 담배를 문 오이카와는 침대에 엎드려있는 인영을 바라보았다. 새벽의 달빛이 고스란히 침대를 비추어 가뜩이나 하얀 알몸이 새하얗게 도드라졌다. 딱 하나,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핏방울들만 빼고는. 새벽의 적막 사이로 그의 헐떡이는 숨소리만이 흘렀다. 2. 오이카게 / 풍선, 불안함, 라이터 카게야마에게서 며칠째 연락이 없었다. 오이카와는 애꿎은 라이터를 딸깍거렸다. 고장이 난 라이터는 더 이상 불을 내뿜지 않았다. 멀리서 풍선을 쥐고 달려오던 아이가 넘어지면서 굉음과 함께 풍선이 터졌다. 아, 동시에 감춰왔던 불안감이 터져 흩어졌다. 3. 쿠로카게 / ..

hq/글 2014.10.26

[쿠니카게]

이밙님 ; 소매에 노을이 졌다.샤리에스님 ; 그건 내가 아니야.덱님 ; 끝없이 이어지는 구름을 눈으로 쫓으며 생각에 빠져.이나스님 ; 숨 쉬는 것이 괴로워졌다. 위의 네 문장을 이용해서 쓴 조각글입니다. 카게야마는 최근 들어 제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카게야마는 이런 것에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었고, 이것을 깨닫게 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정말이지 문득이었다. 카게야마는 그저 ‘주말에 뭘 하고 지냈나요?’라고 상냥하게 물어오는 여선생에 말에 혼자서 조용히 주말에 제가 한 일들을 정리하려 했을 뿐이었다. 카게야마는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주말에 뭘 했더라. 그러나 기억은 듬성듬성 비어있었다. 이상하네.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저 딱히 별다른 ..

hq/글 2014.10.19

[오이카게]

솜님이 적어주신 '돌이켜 생각해보면 애초에 시작이 잘못됐던 거였다.' 문장 인용. 돌이켜 생각해보면 애초에 시작이 잘못됐던 거였다. 카게야마는 땀이 식어 한기가 맴도는 알몸 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서 웅크리며 생각했다. 방 안에 담배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는 언제나 섹스 후에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뒤에서 한숨과도 같은 소리가 들렸다. 관계는 무엇보다 뜨거웠지만 항상 그 후는, 카게야마는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그 후는 늘 차갑고도 시시껄렁했다. 그래. 시작이 잘못됐던 거였다. 애초에 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관계였다. 그런 관계로 시작했으니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경기 후에 차오르는 흥분감, 묘한 성적 욕구들을 급히 해소하기 위한 관계로 만났을 뿐이었다. 단순히 그것뿐이었다면 잘못됐다..

hq/글 2014.10.17

[오이카게]

키워드 : 술, 춤 근데 말야, 오이카와. 응? 왜? 카게야마랑은 연락 하고 사냐? …여기서 걔 얘기는 또 왜 나와? 너네들 꽤 친한 사이였던 것 같은데 말야. 어느 순간부터는 도통 같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내가 토비오랑 친한 사이였던 것처럼 보였어? 당연하지. 안 그러냐, 야하바? 네? 아, 뭐, 그렇죠. 오이카와 선배 맨날 지긋지긋한 토비오쨩이라고 투덜대면서도 꼭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곤 했잖아요? 그것도 자기가 먼저 연락해서. 끼어들지 마, 이와쨩! 사실인 걸 어쩌라고. 이렇게 몰아가기야? 그냥 중학교 후배 녀석이 멍청하게 구는 꼴이 답답해서 몇 번 만나 지도해줬을 뿐이니까 그 녀석 얘기는 이쯤하고, 자자 다들 건배! 그래서 카게야마랑은 연락 하고 사냐? 거 참 끈질기네 정말! 안 ..

hq/글 2014.10.11

[쿠니카게] 재회

9/23 쿠니미데이 기념. “잘 지냈어?” 그것이 쿠니미가 카게야마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카게야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부러 대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재어보다가 타이밍을 놓쳤을 뿐이었다. 쿠니미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쿠니미는 도쿠리에 담긴 뜨거운 사케를 카게야마의 잔에 적당한 높이로 따르고는 제 잔에 병의 주둥이를 옮겨갔다. 카게야마는 어색한 손짓으로 병을 넘겨받으려 했지만 이미 쿠니미의 잔에 사케가 차오르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허공에 뻗어진 손을 서먹하게 거두었다. 쿠니미는 그런 카게야마의 손을 보지 못한 듯했다. 제 잔 역시 적당한 높이로 사케를 채운 쿠니미가 고쿠리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카게야마를 마주보았다. “몇 년 만이지?” 쿠니미의 물음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

hq/글 201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