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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로우] 712 네타 보고나서

팥_ 2013. 12. 24. 00:22

20130627


  눈에 띄게 몸이 떨린다는 걸 깨달았지만 쉽사리 멎질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상대한 적의 무서움이 고작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야알로 본능적인 공포가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대체 이 남자는 뭐란 말인가. 이 남자를 알아온지 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런 간단한 패턴조차 예측하지 못했단 말인가. 생각해보면 그같은 남자가 순순히 칠무해와 왕위를 놓을리도 없었다. 그 도플라밍고가. 고작 배신한 잔챙이 하나 때문에 그럴리가 없었다. 나는 왜 그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는가. 내가 상대하고 있는 남자가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라는 사실을 어째서 잊었는가. 그가 웃으며 나에게로 걸어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선 후 재빠르게 룸을 펼쳤다. 


  "똑똑한 로우. 이제 슬슬 깨달을 때도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생략한 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당신과 나의 실력차이. 나의 분수. 나의 주제. 이제는 조금 좁혀졌을거라고 생각했다. 작전만 성공한다면 완벽하게 그를 부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무서워?"


  그는 분노보다는 즐거워보였다. 감히 저를 배신한 하룻강아지를 겁주고 처단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즐거울 것이다. 그는 나를 죽이고 싶다고 말했지만, 절대 쉽게 죽지는 못하겠지. 마지막 순간까지 시궁창에서 굴리고, 또 굴리며 나를 가지고 놀겠지. 쉴새없이 움직이는 그의 손가락은 이미 나를 어떻게 꼭두각시로 삼아 놀지 상상하고 있는 듯 했다.


  "무서우면 그냥 얌전히 돌아오지?"


  그에게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고문같은 훈련을 받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도플라밍고가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집나간 애완견을 유인해오는 모양새였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내가 정말 그의 애완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애완견보다는 사냥용일테지만. 그가 천천히 걸어오더니 결국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말이 좋아 끌어안은 거지, 이 힘은 어떻게 봐도 날 옭아매고 구속하기 위한 의도가 분명했다. 날카로운 그의 이가 목덜미에 박혔다. 도망친 노예가 얼굴에 인장을 박는 것과 유사한 행위였다. 보지 않아도 목덜미가 얼룩덜룩하게 피멍이 들었을 것이 뻔했다. 난 결국 평생을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몸이었나. 어려서는 단순히 덜 자라서, 힘이 부족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건 애석하게도 방금 전이었다. 그저 나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뭐가 됐건 그의 손아귀에 있었던 것은 절대 그를 벗어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돌아오고,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 도망칠거야?"


  당신이란 남자는 정말이지. 대답하지 않는다면 죽을 것이라는 공포가 휘몰아쳤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죽음 직전까지 갔던 적이 몇 번 됐었으니 이제는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몸이 시체처럼 뻣뻣하게 굳는 것을 느끼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만 더 그래봐. 그의 호기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감돌았다. 나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헛웃음을 뱉어냈다. 그렇게 집착할거면, 그렇게 집착할거면 애정이라도 주지. 그럼 어떤 짓거리를 당해도 당신 밑에서 도망칠 생각 따윈 꿈도 꾸지 않을 텐데. 그렇게 집착하면서 왜 단 하나, 애정 하나를 못 담느냔 말이냐, 나쁜 사랑아, 무서운 사람아.










도피는 가정교육이 잘못됐다. 애정은 안주고 맨날 베르고 시켜서 패기만 하니까 애가 저렇게 삐뚤어지는거야...ㅋ 그나저나 712화 보고 나니 아무리 로우가 길고 날고 기어올라도 결국 도피 손바닥 안인가보다... 참 좋다... 도피 너란 남자는 대체 뭐가 얼마나 더 있는거야???? 어마어마해 정말 ㅠㅠ 713에서 로우 한대정도는 맞겠지???? 빨리 로우가 도피한테 싱나게 맞았으면 좋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