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robas/썰

니지아카로 조선시대 au 썰

팥_ 2014. 3. 8. 16:36

- 트위터에서 푼 썰을 옮겨온 것으로 오타가 많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목숨을 위협받고 사는 어린 세자 아카시랑 호위무사 니지무라 이런 클리셰가 보고싶다. 혹시 잠이들면 누가 저를 죽이러 올까 언제나 선잠으로 두세 시간만 겨우 잠들고 모자란 잠은 낮에 잠깐 잠깐씩 니지무라 품에서 자는 걸로 힘겹게 보충함. 음식은 함부로 입에 대지도 못하고 아무리 멀쩡한 음식을 먹어도 혹시 독이 들었을지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냥 토해버리고. 니지무라의 어머니가 만들어서 전해준 음식만 겨우겨우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모든걸 니지무라에게 의지하고 살면서도 니지무라가 아닌 다른이에게는 강한 모습만 보이면 좋겠다.

 

어린 나이지만 누구보다 품위 넘치고, 누구보다 총명하며, 누구보다 위엄있는 모습으로 아카시를 시기하는 무리들 빼고는 선망의 대상이 될듯. 한편으로는 연민하기도 함. 어린 나이에 몹쓸 꼴을 다 겪으면서도 저렇게 유지하는게 얼마나 지치고 힘들까 싶어서. 아카시가 위협받는 이유는 뭐... 중전의 자식이 아니라 무수리의 자식이라든가 그런 클리셰로 하고. 그런 아카시가 유일하게 조금이라도 쉬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니지무라. 아카시가 갓난아기일적부터 아카시의 호위를 담당해왔으면 좋겠다. 아버지는 병으로 돌아가시고 홀로 계신 어머니를 부양하며 살아감. 원래는 포도청 소속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하위계급인 신분이었는데 병약했던 중전이 시녀들 다 물리치고 홀로 잠시 산책을 하다 쓰러져있는걸 니지무라가 발견해서 그 공로로 아카시의 개인호위무사라는 직책까지 수직상승 한거라든가 뭐 그럴듯. 그래서 니지무라를 시기하는 무리들도 엄청 많고. 게다가 또 일을 척척 해내니 좌천될만한 트집거리도 안보이고, 날이 갈수록 아카시는 니지무라만을 더 신뢰하게 되고 그러니 다들 속이 꼬이겠지.

 

아카시가 니지무라 앞에서만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짐을 내려놓느냐하면 그런건 또 아니어라. 그 나이대 아이면 가지고 있을 천진난만함이라든가 그런게 하나도 없을듯. 그게 니지무라는 늘 안쓰럽고. 하지만 엄연히 저는 신하인 입장이니 뭐라 말은 못하겠지. 니지무라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만히 제게 기대어 자는 아카시의 어깨를 쓰다듬어 준다거나 조금 비뚤어진 용포를 용포를 바로잡아 준다거나, 생각보다 세상엔 세자 전하의 편이 많으니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짐을 나누어 주셔도 좋습니다. 하고 돌려 전한다거나.. 그럴 때면 아카시는 웃으면서 '늘 고마워, 슈조.' 하는데 그 웃음이 꼭 금방이라도 사라질 사람같아서 니지무라가 심쿵하곤 할 듯. 나이대는 아카시 11살 니지무라 24~25살 정도. 갑자기 은팔찌를 차야할 것 같은건 착각이겠지?

 

그렇게 아슬아슬하면서도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던 어느날 결국 일이 터지면 좋겠다. 본격적으로 반란이 터진거. 검은 옷으로 온몸을 두른 암살자들이 궐을 휙휙 넘어다니고 몇 군데서 불도 나고 아카시는 선잠 속에서 비명소리를 듣고 확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서겠지. 그리곤 많이 연습해왔다는듯 숙련된 몸짓으로 재빠르게 용포가 아닌 낡은 백의를 챙겨 입겠지. 저고리의 옷고리까지 매는 순간 니지무라가 문 쾅열고 헐떡대면서 나타날 거 같다. 서로 아무말 안하고 잠깐 눈빛 교환 하다가 니지무라가 먼저 입열겠지.

 

"저하, 제게 저하를 업을 수 있는 은총을 내려주소서." "슈조는 이런 상황에서도 말이 기네." 하고 말한 아카시가 발을 떼면 니지무라는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한쪽은 세운 자세로 아카시에게 등을 내밀고 앉을듯. 그럼 아카시가 서둘러서 그 등에 업히고 니지무라는 기다렸다는듯 검은 옷인지 천인지 모를 것으로 아카시를 덮고 한손으론 아카시를 받치고 한손으론 다른 암살자들과 같은 느낌의 검은 천을 입가와 머리에 두르겠지. "금방 안전한 곳으로 모실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하." 하고 뛰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로 니지무라가 말하면 아카시는 옷자락을 두손으로 꼭 붙잡고 니지무라에 등에 제 얼굴을 더 파묻으면서 대답해라. "네 등에 업혀있는데 무슨 걱정이 들겠어." 하지만 니지무라가 알지 못하게 두손은 하얗게 질려있겠지. 아무리 여지껏 의연하게 굴어왔던 아카시여도 이렇게 큰 일은 처음이라 어린나이니 두려울거야. 그러면서도 차마 니지무라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차라리 지금 죽어서 이 피곤한 일들이 끝났으면 싶을듯. 그럼 니지무라도 이렇게 시달리는 일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텐데.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또 흔들리는 니지무라의 등을 느끼면서 슬퍼질 것 같다. 이 사람은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는 걸까 싶어서.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흔들림이 멎어라. 느낌상 니지무라가 말한 그 안전한 곳에 도착한 건 아님. 니지무라의 몸이 떨려오는게 아카시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으니까. 아카시는 숨을 멈추고 몸을 더 웅크렸음. 아카시를 받친 니지무라의 한 팔에 힘이 들어가는게 아카시에게도 느껴졌겠지.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이 긴장감을 깨는데, 그건 아카시의 것도 니지무라의 것도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여라. , 우리 소속 아닌 것 같은데. 그 목소리에 아카시의 몸이 뻣뻣하게 굳음. 이젠 아군도 못 알아보는 거냐? 니지무라의 목소리가 천연덕스럽게 흘러나옴. 그렇지만 몸은 굳어있는게 느껴져 아카시는 입술을 꼭 깨물고 제발, 제발, 그냥 넘어가라. 하고 기원하고 또 기원하는데 다시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겠지. '암구호.' 그 말에 니지무라는 대답이 없었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최대한 빠르게 아카시를 옮기는 일이 최우선이었기에 미처 적의 정보를 빼내오진 못했겠지. 다시 한 번 낯선 이가 말했어. '암구호.' 반복된 그 말에 니지무라가 작게 웃었음.

 

하하, 하하하너무하네. 그렇게 말한 니지무라가 빠르게 칼집에서 칼을 빼냈으면 좋겠다. 한팔로는 단단히 아카시를 받치고서. 칼을 빼낼 때의 충격으로 아카시가 잠시 휘청했지만 금방 몸을 바로잡았지. 니지무라에게 짐만 되는 존재가 되긴 싫었기에 최대한 제 힘으로 버티려 애를 썼으면 좋겠다. 니지무라가 검을 꺼내는 행동에 상대방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빠르게 검을 빼낼듯. , 니지무라 슈조지? 뒤에 그건 보나마나 우리 세자 저하시겠고. 너를 죽이고 세자 저하를 모셔가면 내 인생은 꽃피는 일만 남은 거고. 그렇게 말하는 상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니지무라가 선제공격을 함. 아카시는 바들바들 떨며 니지무라의 옷을 쥐고 버티고 있고 니지무라는 한 팔밖에 못쓴다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잘 싸워나가겠지. 검끼리 부딪치며 나는 그 요란한 금속음에 아카시는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러지도 못하니 그저 니지무라의 등에 파고드는 일밖에 할 수 없었어. 그리고 곧 검이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음. 제발 그 검이 상대의 것이기를 아카시는 바라고 또 바랐지.

 

'끝났습니다, 저하.' 그리고 그런 아카시의 걱정을 다 알고 있다는듯 니지무라가 대답했어. 그 목소리에 아카시는 속으로 대상 없는 감사를 하고 또 했지.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쓰러져 있는 상대에게 니지무라가 다가갔어. 그러나 아카시의 귀에 들려온 건 상대의 비명이 아니라 니지무라의 신음소리였지. '슈조? 슈조?' 아카시가 다급하게 니지무라를 불렀어. 중심을 잃은건지 급격하게 니지무라의 몸이 흔들렸음. '아니, 아닙니다, 저하.' 니지무라의 목소리는 이를 악물고 말한듯한 느낌이었음. 상황은, 니지무라가 마무리를 위해 상대에게 다가갔을 때 상대가 단검을 빼들어 마지막 일격이란 느낌으로 니지무라의 복부에 단검을 꽂아넣은 거였음. 다행스럽게도 꽂았다가 빼내기 전에 니지무라가 빠르게 한 걸음 물러섰기에 더 상황이 악화되는 건 막을 수 있었지. 니지무라는 힘겹게 칼을 휘둘러 상대의 목숨을 완전히 끊는데 성공했음. ‘

 

이제 정말 끝났습니다, 저하. 심려를 끼쳐드려 황공하옵니다.' '명령이야, 슈조. 최대한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네가 걱정되니까. 뒷말은 덧붙이지 않은채 아카시가 말했어. 제대로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니지무라에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한 건 확실했으니까. 마음같아선 당장 등에서 내려와 상태를 보고 싶었지만 여기서 제가 니지무라의 등을 벗어나봤자 할 수 있는건 적에게 발각돼 비참하게 죽는 것 뿐이었음. 자기만 죽는다면 모를까, 니지무라까지 함께 위험해지는 상황이었지. 아카시는 제발 니지무라에게 큰 이상이 없기를 바라면서 현저하게 속도가 느려진 니지무라를 느끼며 가만히 등에 얼굴을 묻었음. 점점 소란스런 소리가 멀어져 가고,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니지무라의 숨소리가 전부가 되어감. 그리고 곧 니지무라의 발걸음이 멈추고, 니지무라는 천천히 땅에 무릎을 대며 허리를 숙임. 기다렸다는듯 아카시는 니지무라의 등에서 내려오고, 니지무라는 마지막 힘을 쏟아부었던듯 아카시가 내려오자마자 근처 나무에 쓰러지듯 기대 앉겠지. 아카시는 내려오자마자 그런 니지무라의 상태를 확인함.

 

하얗게 질려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니지무라 얼굴을 보고 몸쪽으로 딱 시선을 돌렸는데 배에 단검이 꽂혀있는게 보이겠지. 머릿속이 새하얘진 아카시가 피로 흥건히 젖은 니지무라의 옷자락을 쥐고 앉아있는데 니지무라 목소리가 들려올듯. '저하,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그리고 그 목소리에 아카시가 결국 폭발했으면 좋겠다. 아카시의 작은 몸이 몇 번 들썩이나 싶었고, 그걸 알아챈 니지무라가 '저하?' 하고 묻자 그것이 도화선에 붙은 불이라도 되는듯 아카시가 엎어져 오열하기 시작했음. 당황한 니지무라는 어쩔줄 모르고 있고 아카시는 지금까지 져온 짐을 여기서 다 풀어내기라도 하려는듯 숨넘어가게 울음을 뱉어냄. 그리고 울음들 사이로 무언가 드문드문 말이 섞여나올 것 같다. 자기 때문에 쓸데없는 고생을 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를 본다고, 네가 어떻게 되면 자기는 더 버티지 못할 거라고 등등 자괴감이 가득한 말들이었음.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니지무라는 한없이 가슴이 답답해졌지. 대체 이 작은, 이 어린 사람은 얼마만큼의 짐을 지고 있는 걸까.

 

흐릿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든 니지무라가 엄청난 하극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힘없이 손을 들어 눈물로 흠뻑 젖은 아카시의 볼에 가만히 손을 대었음. '그러니 여기서 버티고 버텨 살아남아 주십시오. 그리고 당당하게 왕좌를 차지해 주십시오. 그것이 모든 이에게 복수를, 그리고 은혜를 내리는 길입니다, 나의 주군이시여.' 말을 마친 니지무라가 결국 흐릿해지는 정신을 놓았음. 귓가에 더 커진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더 이상은 한계였기에 어쩔 수 없었지. 저는 이 꼴로 이렇게 되더라도 부디 세자저하만큼은 무사히 살아남아 당당한 왕으로 자라나길 바라면서 눈을 감았음. 그리고 니지무라가 다시 눈을 떴을 땐, 궐 안이었음.

 

죽지 않았단 말인가? 급히 이불을 들어 내려본 제 몸엔 곱게 붕대가 둘러져 있었음. 마침 내관 하나가 들어왔고 니지무라는 급히 그를 붙들고 물어봄. 내가 어찌 여기까지 온건가? 그리고, 세자저하는? 말을 들어보니 니지무라의 상처부위에 아카시의 저고리가 꽁꽁 동여매진 채로 아카시가 니지무라의 옷을 쥐고 이곳까지 거의 끌고 오다시피 했다고 함. 반란이 일어난지 근 나흘이 지났고, 아카시는 다친 곳 없이 무사하다고. 그동안 반란의 주도자들은 몇은 도망갔고 몇은 잡혀서 목 날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전했음. 아카시를 완전히 죽이기 위해 벌인 이 난이 오히려 그들을 완벽하게 숙청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고, 이제 아카시가 무사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였지. 니지무라는 벌떡 일어났음. 하지만 그 순간 밀려오는 고통 때문에 윽, 하고 신음소리를 뱉으면서 다시 이불 위로 쓰러진 니지무라를 보며 내관이 말해. 곧 세자 저하가 오실 시간입니다. 늘 같은 시간에 오셔서 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셨거든요. 그리고 내관이 방을 나가고, 곧 문이 열리겠지.

 

용포를 입은 아카시가 책 몇 권을 들고 있었음.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오던 아카시는 니지무라와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 손에 든 책을 전부 바닥에 내던지다시피 하고선 니지무라에게로 달려와 와락 안길듯. 순간적으로 폭발한 감정이 아카시를 간만에 그 나이대 아이답게 만들었겠지. '이제 다 끝났대, 슈조.' 니지무라의 품에 안겨 있던 아카시가 한참 후에 뱉은 말이었음. 그 말 한 마디에 어찌나 뼈가 시려오던지. 니지무라는 팔을 들어 아카시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음.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 니지무라의 옷에 얼굴을 묻고서 허리에 팔을 두른 아카시가 중얼거렸음. '다 끝나도, 다 끝났대도 난 슈조가 필요해.' 그리고 아카시는 니지무라의 품 안에서 고개만 살짝 들어 니지무라를 올려다 보고 말했으면 좋겠다. '계속 곁에 있어줄 거지?' 그 말에 아카시의 등을 토닥이던 니지무라의 손이 멎고, 니지무라는 조심스레 아카시를 떼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벽에 세워진 제 검을 들고 아카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음. 저와 아카시 사이에 검을 검집에서 빼어 내려놓고서.

 

'니지무라 슈조, 감히 저하께 맹세하오니 저하께서 훌륭하게 성장하여 이 나라의 군주가 되실 때까지, 그 후 성인군자로서 이 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끄는 통치를 펼치실 때까지, 마지막으로 옥새를 넘기실 때까지 저하의 곁에서 저하를, 전하를 보필할 것을 맹세합니다. 이 맹세를 어겼을 시에는 저하께서 이 검으로 직접 저를,' 여기까지 니지무라가 말했을 때 팔을 뻗어 니지무라의 어깨를 잡은 아카시가 그대로 니지무라의 입술에 뽀뽀했으면 좋겠다. '어기는 일은 없는 거야.' 그렇게 말한 아카시가 아까 제가 내던진 책을 주워 그대로 니지무라의 품에 앉아 책을 펼쳐 들었으면. 니지무라는 놀란 얼굴 그대로 굳어있고. '저하.' 간신히 니지무라의 입에서 한 마디가 튀어나올 듯. '그대가 내게 아이다움을 원한다면, 그대부터 내게 아이처럼 대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슈조.' 아카시는 니지무라의 품에서 책장을 팔랑 넘기며 갑자기 다른 말투로 니지무라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음. 니지무라는 아카시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인상을 쓰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금방 아카시가 말을 덧붙일 듯.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아줘. 답답해지니까. 세이쥬로, 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내겐 아무도 없어.' 그 말에 니지무라 가슴 한켠이 묵직해지겠지. 어떻게 제가 감히 저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나 싶으면서도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저하라고 부르자니 마음이 아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작게 세이쥬로. 하고 부를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바로 내가 지금 저하께 감히 무슨 망발을 하면서 할복하고 싶어하는데 눈에 무언가가 들어오겠지. 발갛게 달아오른 아카시의 귀. , 슈조. 하고 대답하는 작은 목소리. 그것에 그냥 모든걸 잊고서 작고 동그란 아카시의 머리 위에 제 턱을 괴고 두 팔로 아카시를 끌어 안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겠지. '여기 오는 길에 봤는데, 뜰에 용케 한 가득 노란 국화가 수북하게 피었어.' ', 그러고보니 국화가 필 시기네.' '예쁘면서도, 이 난리에 꽃이 핀다는 게 신기했어. 결국 무슨 일이 나든 흘러갈 것은 흘러가는 건가봐.' '그게 세상의 이치니까.' '슈조, 국화 좋아해?' '그럼. 좋아하지.' '국화, 나랑 보러갈래?' '얼마든지, 세이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