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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아카 썸타는 썰

팥_ 2013. 12. 24. 00:32

20130922


1. 둘이 서로에게 반한 건 거의 비슷한 시기였을 거 같다. 키세키들 입학하고 얼마 안돼서 시합을 앞두고 니지무라가 주장으로서 더 체크할 게 있다고 잔류연습하는데 아카시 성격에 니지무라만 남게 하진 않았을듯. 부주장의 역할은 주장을 서포트 하는게 아니냐며 우겨서 따라 남았겠지. 니지무라는 가라고 가라고 하다가 아카시 성격에 안 갈게 뻔해서 그냥 포기하고 결국 둘이 좀 오래 연습함. 니지무라는 그 전까지만 해도 아카시가 그냥 좀 딱딱하고, 애 답지 않고 어른스럽고 재미없는 애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둘이 오랜 시간을 가지지니까 생각과는 다른 애라는 걸 알아. 의외로 잘 웃기도 하고, 의외로 애다운 면모도 있고. 생각보다 귀여운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아카시도 니지무라에 대한 생각이 바뀔거야. 그 전까지는 주장으로서 멋지고 좋은 선수지만 퉁명스러운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퉁명스러움이 이제는 인간다움으로 느껴지는 거야. 사실 아카시에게는 다들 스스럼없이 잘 못대하는데 니지무라는 아카시를 정말 그냥 1학년 후배대하듯 대하니까 그 면에 아카시는 꼭 친 형같다고 느껴. 그리고 이 날이 둘 사이에 피어오르는 호감의 계기가 되는 거지. 그 때는 몰랐겠지만.


2. 저 연습 이후로 니지무라랑 아카시는 둘이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어. 부활동 시간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이라든가 쉬는시간에도 종종 만나서 대화하기도 했지. 물론 주제는 농구였지만. 어찌됐건 만날 때면 둘 다 상당히 유쾌한 기분이 들었어. 처음 한두 번은 만나서 경기얘기, 작전얘기, 연습 메뉴얼얘기 들을 했지만 사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점점 만나서 하는 얘기들은 시작만 농구 얘기지 거의 사적인 이야기들이었어. 농구 얘기를 하기 위해 만나는게 아니라, 만나기 위해 농구 얘기를 하는 지경이었지. 이런 만남이 지속되면서 둘은 이러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서로 마음 저 구석에 밀어 넣고 있었어. 좋으면 그만이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만나서 아무 얘기도 안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지. 그냥 우두커니 벤치에 앉아서, '날씨 참 좋다.' 하는 얘기나 간간히 뱉어내는 상태. 그리고 저 둘이 서로를 좋아한다는 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키세키들도 알고, 저 둘만 모르는 상태였지.


3. 아카시보다는 니지무라가 좀 더 자기 마음을 삘리 깨달을 거 같다. 이럴땐 클리셰를 끼얹어야 제맛. 늘 만나던 점심시간에 아카시가 늦어. 그리고 곧 니지무라는 아카시가 늦는 이유가 여학생에게 고백을 받아서임을 알게 되지. 아카시는 인기가 많았지만 고백은 받은 적이 없었어. 확실히 그 범접하기 어려운 완벽함 때문이었지. 니지무라는 아카시가 고백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그냥 역시 인기 많은 녀석, 하고 말지만 점점 기분이 묘해져. 이러다 아카시가 고백을 받으면 앞으로도 오늘처럼 아카시를 점심시간에 못 만나는 건가? 마음이 잘 맞아서 참 좋았는데, 아쉽네. 그래도 쉬는시간이나 부활동 하고 하교할 때나 만나면 되니까... 하는데 또 마음이 좀처럼 풀리지가 않는거야. 급기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여자애랑 아카시가 같이 있는 상상까지 하게 돼. 아카시 녀석, 나한테나 좀 귀여운 동생처럼 굴지 다른 애들한테는 영 딱딱한데 그 여자애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다 자기가 묘하게 아카시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머쓱해서 괜히 헛기침을 하는데 멀리서 누가 달려와. 멀리서 봐도 아카시임을 알아본 니지무라는 그 쪽을 향해 살짝 손을 들어 보이지. 그러면서도 불안할 거야. 저렇게 뛰어다니는 애가 아닌데, 역시 고백 받아준건가 싶어서. 곧 아카시가 숨이 차서 헉헉대며 니지무라 앞에 서. 니지무라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거야. 니지무라씨, 죄송합니다... 저 일이 조금 있었, 하고 아카시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는데 니지무라가 말을 끊어.


4. 고백받았다며? 최대한 장난처럼 말하려 애썼지만 어쩐지 가시 돋힌 말투 같기만 해. 아카시는 니지무라가 가로챈 말에 조금 당황했는지 말을 못하다가 머쓱하게 머리를 쓸어넘겨. 벌써 들었습니까? 당연하지, 네가 얼마나 유명인산데. 이제 나 만나줄 시간도 없겠네? 역시나 장난처럼 뱉었지만 어쩐지 가슴 한 켠이 쿡쿡거리는게 정말 기분이 이상해. 그리고 니지무라의 말에 아카시는 곧 고개를 절래절래 저어. 거절했는걸요. 역시 이런 일은 저랑 안 맞습니다. 하고 아카시가 살짝 웃어보여. 오- 그럼 점심시간 메이트로 그 여자애말고 날 골라준거야? 영광인데 진짜? 니지무라는 순식간에 마음에 얹혀있던 무게감이 사라지는걸 느끼며 장난인지 진심인지 자기도 모를 말을 던지고 괜히 멋쩍어서 아카시의 목에 헤드락을 걸어. 그 말에 아카시는 웃으면서 장난 같은 말투로 받아치지. 그렇게 되는 겁니까? 니지무라씨가 좀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 장난 같은 말에 어쩐지 니지무라는 심장이 내려앉아. 아, 큰일났다. 나 이 녀석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5. 만약 아카시가 먼저 깨달았다면 아카시는 거리를 뒀을테지만 니지무라는 거리를 두기는커녕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굴지 않았을까 싶음. 볼도 꼬집고 무릎베개도 하고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그러다 아카시가 자기 마음을 깨닫는 순간이 오겠지. 니지무라네 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셔서 니지무라는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결석해. 늘 그렇듯 아카시는 만나던 장소로 가지만 니지무라는 없겠지. 무슨 일 있나? 하필 그 날은 부활동도 없는 날이었어. 조심스럽게 찾아가 본 니지무라의 교실에도 니지무라는 없었지. 오늘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어. 아카시는 종일 니지무라 생각에 수업도 제대로 못 듣겠지. 그러다 은연중에 스친 생각은, 그 사람이 나한테 말도 없이 안 올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 자기랑 니지무라는 사실 그냥 좀 친한 선후배 사이일 뿐인데 자기가 니지무라에게 중요한 뭔가라도 되는 것 마냥 생각했다는게 부끄러울거야. 그리고 집에 가서는 밤새도록 핸드폰을 붙잡고 있겠지.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아.


6. 니지무라는 다음 날도 학교에 오지 않았어. 아카시는 이제 다른 생각 하나 없이 니지무라에 대한 걱정만이 생각을 지배할 뿐이었어. 처음에는 단순히 어디 아픈걸까, 로 시작한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나 끔찍한 사고까지 미쳐있었지. 지옥 같은 시간들이었지. 수업이 끝나고 아카시는 힘없이 기사가 데리러 온 차로 향하는데 전화가 와. 재빠르게 액정을 확인했고, 액정에는 니지무라의 이름이 떠있었지. 아카시는 순간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한 걸 겨우 붙잡고 급하게 전화를 받아. 아까까지만 해도 연락이 되면 할 말이 잔뜩 있었는데, 막상 연락이 되니 머리가 새하얗게 얼어붙었는지 아카시는 아무말도 못했어. 먼저 입을 연 건 니지무라였지. 아카시, 나야. 지금 볼 수 있을까? ...네. 아카시는 겨우 입을 열어 대답했어. 그럼 매일 보는 곳에서 만나. 니지무라는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지. 하루 하고 반나절동안 연락 두절이었던 사람 치고는 너무 밝아서 아카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어쩐지 화도 조금 났어. 자기는 이렇게 초조하고 걱정돼서 죽는 줄만 알았는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다니. 하지만 일단 니지무라가 너무 보고싶었기에 그런 생각은 그야말로 스치듯 지나갔지. 아카시는 기사에게 일방적으로 늦는다는 통보를 하고 니지무라를 만나러 뛰어갔어. 

 

7. 원작에서는 니지무라 아버지 아프신걸 아카시가 몰랐지만 이건 썰이니까. 아무튼 아카시가 달려간 곳에는 니지무라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 일단 외관은 멀쩡한 걸 보고 아카시는 크게 안도했지. 얼굴 보면 화를 내야겠단 생각을 했었지만 이미 그런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진 후였어. 니지무라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아카시에게 인사했고, 아카시는 멍한 얼굴로 니지무라에게 눈을 맞췄지. 가까이서 보니까 어쩐지 피곤이 가득한 얼굴이었어. 조금 슬픈 듯도 했고. 아카시의 말 없는 시선에 니지무라는 머리를 긁으며 상황을 설명했어.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셨고, 간호할 사람이 자기밖에 없어서 아무한테도 연락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지금은 일단 괜찮아지셔서 시간 내서 너한테 겨우 연락했다고. 아카시는 듣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덕분에 니지무라는 땀이 삐질삐질 나겠지. 연락 안해서 얘가 단단히 화났구나 싶어서. 진짜 미안해 아카시, 응?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려는데 아카시가 니지무라의 소매를 잡아올거야. 그리고는 고개는 차마 들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겠지. ...걱정했습니다. 그런 아카시의 말에 니지무라는 미안하면서도 좋아서 아카시를 끌어안고 마구 머리를 헝클일거야. 그리고 아카시는 못 다한 말을 속으로 삼키겠지. ...보고싶었습니다.

 

8. 이렇게 아카시까지 자기 맘을 깨닫게 되고... 아 너무 길어지니까 슬슬 압축;;; 아무튼 계속 둘이 도키도키하게 썸을 타는데 둘은 서로가 짝사랑 하는줄 알겠지. 하지만 둘 말고 다른 농구부애들은 커퀴내에 질식사할듯. 그러다 아오미네가 차마 아카시한텐 못하겠고 니지무라한테 돌직구 날렸으면 좋겠다. 물론 둘만 있었을때. 주장, 아카시한테 고백했어요? 락커룸에서 옷 갈아입다가 난데없이 돌직구 맞아서 니지무라는 1초정도 당황하겠지. 그치만 니지무라니까 태연하게 잘 받아칠거야. 고백 해봤자 까일게 뻔한데 어떻게 고백하냐?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아오미네의 표정=나의 표정=너의 표정=우리들의 표정... 아카시가 주장 좋아하는거 주장말고 다 알걸요?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아오미네의 말에 니지무라는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지. 사실 평소였으면 싸가지 없는 태도 보라며 딱밤을 먹여줬겠지만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니지무라는 그대로 굳어있을 거야. 뭐야, 아카시가 나를 왜 좋아하겠어. 그 똑부러지는 애가 주장한테는 어쩔줄 몰라하는 거 몰라요? 솔직히 주장보다 아카시가 더 티난다니까. 투덜대는 아오미네의 말에 니지무라는 괜히 한 대 때리고는 쿨한 척 하겠지. 니가 뭘 안다고, 임마. 뒤에서 왕왕거리는 아오미네는 무시하고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밖으로 나올거야.

 

9. 체육관 뒷정리 하면서 마음 좀 다스려 보려고 들어갔는데 마음 다스리기는 커녕 마침 아카시가 있겠지. 사실 대부분 부활동 끝나곤 아카시가 기사도 못오게 해놓고 같이 하교했는데, 오늘은 잠깐 코치랑 볼일 보고 왔더니 아카시가 없길래 먼저 간 줄 알았거든. 그런데 체육관에 들어갔더니 아카시가 뒷정리를 하고 있는거야. 평소 같았으면 가서 떡하니 어깨동무하고 말걸텐데 어쩐지 아오미네 말이 자꾸 생각나서 니지무라는 답지않게 주춤할거야. 아카시가 조금 늦게 니지무라를 알아차리고 먼저 말 걸겠지. 뒷정리 다 해놨어요, 주장. 하고 살짝 웃는데 니지무라는 침만 꿀꺽 삼킬거야. 아카시는 가려고 땅에 내려놨던 가방을 들어 메는데 니지무라가 꼼짝도 안하고 있으니까 의아해서 니지무라씨? 하고 쳐다보겠지. 그걸 가만히 보던 니지무라는 옆 바구니에서 농구공을 꺼내 아카시에게 던져. 아카시는 가방을 메고 있는터라 어정쩡한 자세로 간신히 받겠지. 그 공 잡고 있어, 아카시. 그리고 니지무라는 아카시를 향해 걸어가. 이건 너무 가깝다 싶을 정도로 바싹 붙은 니지무라에 아카시는 잔뜩 당황했지. 아카시, 정말로 싫을 때만 그 공 놓고 나 밀어내. 


10. 아카시가 그 말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니지무라가 아카시에게 키스해왔어. 니지무라의 양 손은 힘있게 아카시의 어깨를 잡고 있었지만 사실은 꽤 떨리고 있었고, 그 떨림을 아카시도 느끼고 있었지. 혀를 섞는다던가 하는 키스가 아닌 그저 입술만 꾸욱 맞대고 있는 입맞춤이었어. 하지만 그 입맞춤으로 둘은 엄청난 떨림을 공유하고 있었지. 아카시의 두 손에서 공이 떨어졌어. 이대로 끝인가. 니지무라는 씁쓸하게 생각했지만 곧 자유로워진 아카시의 두 팔은 니지무라의 허리에 감겨왔지. 잠시 후 니지무라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어냈어. 코가 닿을 듯한 거리에서 둘의 시선이 마주쳤어. 사귀자, 아카시. 잔뜩 흔들리는 니지무라의 목소리에 몇 번이고 연신 눈을 깜빡인 아카시가 푸스스 웃고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 순서가 바꼈잖아요, 주장. 그 말에 니지무라는 아카시의 코 끝을 살짝 깨물고 대답했지. 그래서 차려고? 아카시는 또 한 번 눈을 접어 미소짓고는 까치발을 들어 니지무라의 입술에 스치듯 가볍게 입을 맞췄다 뗐어. 그리고 말했지. 그럴리가요,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