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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프레디] Stuck In The Middle

팥_ 2015. 12. 3. 20:11

  




  “둘 다 가족이었습니까?” 

  나란히 선 두 개의 묘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프레디는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란히 세운 무덤이란 게 다 그렇죠.” 

  프레디는 어깨를 으쓱였다. 남자는 한참동안 말없이 비석을 바라보았다. 

  “이름 때문에 그래요?” 

  다시 말을 이은 건 프레디였다. 남자는 어쩌면 그가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릴 상대를, 그래도 괜찮을 상대를 기다려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형은 작곡가라 사용하던 예명으로 묻었고, 동생은 SIS 사람들이 본명으로 못 묻게 했어요. 그게 나를 위한 거라나 뭐라나.” 

  프레디는 입술로 담배를 물고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한 대 줘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웃기는 집안이죠.” 

  담배를 물고 말한 탓에 짓눌린 발음의 단어들이 새어나왔다. 프레디는 웃지 않았다.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여기 온 건 처음이에요.” 

  프레디는 손가락 사이로 담배를 옮겼다. 

  “아, 두 번째네요.” 

  “로버트의, 그러니까 형의 애인이 다녀간 이후로 처음이에요. 퀜틴, 동생이요, 동생이 죽은 이후로는 당신이 처음이 맞네요.” 

  남자는 프레디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가 잘게 떨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형은 자살했어요.” 

  프레디의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그의 손끝은 그러지 못했다. 

  “형은 약간 천재성이 있었는데, 이건 동생도 그랬거든요. 결국 둘다 일찍 죽었잖아요. 역시 사람은 평범해야 하나 봐요. 나처럼. 나는 잘 먹고 잘 살고 있거든요. 평범한 게 좋을 때도 있다니. 브라보.” 

  프레디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남자는 여전히 웃지 않았다. 프레디는 허리를 숙이고 한참을 웃었다. 프레디는 결국 담배를 떨어뜨렸다. 

  “내가 미친 사람 같죠?” 

  프레디는 숙인 허리를 다시 펴지 않은 채로 중얼거렸다. 

  “나도 알아요. 아마 미친 게 맞을 걸요. 하지만 세상은 날 이해해야 해요. 형은 자살했고, 동생은 나를 지키려다 죽었죠. 어느 누가 안 미칠 수 있겠어요?” 

  남자는 말이 없었다. 

  “그 망할 조직을 쫓겠다고, 퀜틴이 말리는 데도 욕심 부렸다가 이 사달이 났죠. 내가 동생을 사지로 몰아넣었어요. 그 애가 그만 두라고 말리던 걸 들었더라면……” 

  남자는 점점 크게 들썩이는 프레디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허공 속으로 사그라진 프레디의 목소리 대신 불규칙적인 흐느낌이 그 자리를 메웠다. 

  “장례식에 안 와줘서 고마워요, 더블 오 세븐.” 

  흐느낌이 멎었을 무렵 프레디는 물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를 툭 던져내었다. 프레디는 마침내 숙이고 있던 허리를 펴고 충혈된 눈으로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남자는 크게 놀란 얼굴은 아니었지만 살짝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이 장례식에 찾아 왔더라면 동생이 내 모든 걸 대신해 죽어놓고 비석엔 자기 이름까지 못 새긴 데에 대한 의미가 없어졌겠죠.” 

  프레디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많이 평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다 알고서 안 간 거지.” 

  남자는 덤덤하게 대꾸했다.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럼 오늘은 왜 왔어요?” 

  먼저 침묵을 깬 건 프레디였다. 프레디는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지만 남자의 시선은 비석에 꽂혀 있었다. 남자의 코트 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애인이 보고 싶어서.” 

  그 말에 프레디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차가운 바람이 어설프게 떨어진 둘 사이를 파고들어 휘저었다. 

  “……따뜻한 얼 그레이를 마시고 싶어요.” 

  프레디가 중얼거렸다. 

  “나도.” 

  남자는 얼 그레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프레디의 말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