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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로우] 당신에게 명령하노니

팥_ 2013. 12. 24. 00:27

20130704


  "이게 10년도 넘게 못 본 보스한테 할 말이냐?"


  11년 만에 보는 당신은, 정말이지 그대로였다. 당신은 여전히 나를 열 네살 꼬맹이로만 봤고, 여전히 나를 잘 키워서 이용하기 좋은 존재로만 보고 있었다. 나에게 당신은 나의 보스이기 이전에 가족이었고,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애정의 대상이었다. 적어도 아주 어렸던 나에게는 그랬다. 당신에게서 떠나 출항하던 무렵에는 그 애정이 애증으로 변했지만. 하지만 당신에게 나는 무엇이었나. 부하로 키워서 써먹기 좋은 물건. 그 이상이긴 했나. 당신은 나를 물건으로밖에 보지 않았다. 어린 내가 그렇게 당신에게 애정을 갈구했음에도 당신의 답은 폭력이 전부였으니까. 그저 말 잘 듣고 솜씨 좋은 물건이었을 뿐이었겠지. 내가 당신을 배신하는 그 순간에도 당신은 그저, 당신의 소유물이 자신을 배신했다는데에 화가 났을게 뻔했다. 잘 키워 놓은 물건이 제 손을 이탈하려는게 괘씸했겠지. 헛된 기대였다. 혹시나 내가 당신을 배신하면, 그러면, 나를 돌아봐줄줄 알았다. 내가 받았던 상처들을 당신도 알아봐줄줄 알았다.


  헛된 기대였겠지. 11년 만에 제대로 마주한 당신은, 소유물을 되찾기 위해 그저 혈안이 나있을 뿐이었다. 내가 배신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은 그저 이제 쓸만하게 자란 나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유일게 뻔했다. 서글펐다. 11년간 그렇게 당신에게 내 소식을 알리기 위해 괜한 해적선을 털고 잔혹한 짓들을 해왔건만.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해적의 심장 100개를 바치는 미친짓까지 해서 칠무해가 되었건만. 내가 당신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그저, 그저 잘했다는 말이었는데. 그렇게 발악을 해도 못 만나던 당신을 배신을 하고서야 겨우 만나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신이 내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니. 내게 사랑한다 말해주지 않았으니. 극단적인 방법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이 늘 입에 달고 살던 감당할 수 없는 해일과도 같은 파도와 함께 찾아올 호걸들의 새 시대를 내가 여는 수 밖에. 이래도 나를 쳐다봐주지 않는다면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을 부숴서 아래로 내려놀 작정이었다. 저 위에 있어 아래에 있는 내가 보이지 않았다면, 이젠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 볼 수 있도록. 내 명령이 당신에게 닿도록. 내게 키스해. 쓰다듬어. 날 사랑해. 










애정결핍 있는 로우 설정은 역시 써도 써도 안질리니 사골처럼 우려먹어야지. 이렇게 좀 병적인 집착과 애정결핍 있는게 좋다. 이게 바로 가정교육의 중요성... 근 십년만에 로우 본 도피 느낌은 어떠려나... 라고 해봤자 사실 713의 도피는 내내 이마에 힘줄 솟아서 빡쳐있는 상태라 스물여섯살 로우고 뭐고... 로우 소년시절엔 정말 가냘프고 안쓰러운 느낌이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치명적인 느낌. 

조각글 쓰는 버릇 들이니까 콘티 짜고 제대로 쓰는 단편물을 도저히 못쓰겠다... 아 십대 로우 보고싶다. 빨리 과거썰... 과거썰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