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버스 AU
달짝지근한 냄새. 우시지마는 그 향이 코끝에 스치는 순간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시지마는 남들보다 몇 배로 이 향기에 예민했다. 시라토리자와 배구부 라커룸에서는 맡을 수 없는, 맡아서는 안 되는 향기다. 그러나 함께 라커룸에 있던 다른 이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바쁘게 옷을 갈아입을 뿐이었다. 우시지마는 인상을 쓰고 천천히 한 명 한 명을 살폈다. 굳은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가 최소한 한 명쯤 있을 것이다. 점점 향기는 강해지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주위를 살폈다. 슬슬 다른 알파들도 냄새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향기에 우시지마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우시지마가 알기로는 저와 함께 연습을 하는 배구부 1군에 오메가는 없었다. 물론 속이고 활동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알파들이 유독 많은 이 동아리에서 어느 오메가가 겁도 없이 억제제를 챙기지 않겠는가.
“어디서 달콤한 냄새 나지 않냐? 이거 꼭…”
우시지마의 뒤에서 옷을 갈아입던 다른 부원이 작게 코를 킁킁거리며 말을 꺼냈을 때, 우시지마는 무언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에 정신없이 라커룸을 뛰쳐나갔다. 우당탕탕 하는 요란한 소리가 우시지마를 따라 궤적을 남기듯 울려 퍼졌다. 우시지마는 짙어지는 향기를 따라 본능적으로 달렸다. 그래, 오메가가 하나 있었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지. 우시지마는 마치 당장 사람이라도 죽일 듯한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서 향기를 따라 쿵쾅거리며 걸었다. 그 앞엔 익숙한 뒷모습이 있었다. 우시지마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에 있는 이들을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다들 베타들이었다. 우시지마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벤치에 앉아 파일을 품에 꼭 안고 허리를 숙이고서 덜덜 떨고 있는 그 뒷모습을 향해, 시라토리자와 배구부의 여자 매니저를 향해, 카게야마 토비코를 향해.
“우, 우시지마, 선배…”
우시지마가 손을 뻗어 어깨를 잡기도 전에 먼저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아마 그녀 역시 우시지마의 향기를 맡았을 것이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돌리며 흩어진 검고 긴 머리카락 덕분에 짙은 향기가 마치 스프레이를 뿌린 것처럼 퍼져나갔다. 우시지마는 입술을 꾹 깨물고 카게야마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카게야마는 붉어진 얼굴로 휘청이며 우시지마의 힘에 끌려 일어났지만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상태처럼 보였다. 짧은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를 맞대고 비비며 어쩔 줄 모르고 자꾸만 다리가 풀려 넘어지려 했기 때문이었다. 우시지마는 한숨을 쉬며 카게야마를 제 쪽으로 강하게 당겨 끌어와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 덕에 향기가 더욱 자극적으로 저를 침범했지만 우시지마는 다른 알파들보다 뛰어난 알파이니 만큼 끊임없이 이런 오메가들의 향기에 노출되어 왔고, 그 덕에 강제적으로 강한 인내심을 갖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발이 닿는 대로 카게야마를 끌고 갔다. 우시지마야 어떻게든 자제력을 발휘해 버틴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우시지마의 향이, 하필이면 우성 알파의 향이 히트 사이클에 저를 파고드니 참기 쉬울 리가 없었다. 게다가 카게야마는 우시지마보다 두 살이나 어렸다. 카게야마는 이제 흐느끼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거칠게 체육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 카게야마를 벽에 밀어 붙였다. 흐아, 아, 카게야마는 그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되는 건지 몸을 부르르 떨며 그대로 벽을 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덕에 그녀의 얇은 티셔츠가 말려 올라가 살짝 허리가 드러난 것을 보며 우시지마는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억제제는 어쨌지.”
우시지마는 다소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우시지마는 카게야마가 매니저로 들어오는 것에 가장 반대했던 사람이었다. 다른 동아리보다도 알파의 비율이 높은 운동부에 오메가가 들어온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것도 여성 오메가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도 아니고 매니저라면 충분히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지 않냐고,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할 거냐며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입부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카게야마가 울며 무릎까지 꿇고 절대 빼놓지 않고 억제제를 챙겨 먹을 것이며, 향을 감춰주는 향수까지 꼬박꼬박 뿌리고 다닐 테니 부디 매니저로 받아 달라 애원을 한 탓에 우시지마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안, 먹, 흐, 안 먹었, 어요,”
카게야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허벅지를 비벼대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렸다.
“일부러 안 먹었다는 건가 지금?”
우시지마의 말에 카게야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시지마는 얼이 빠진 얼굴로 저도 모르게 다시 카게야마를 돌아보았다. 카게야마는 손으로 티셔츠의 끝 부분을 꼭 쥐고는 헐떡이며 더듬더듬 목소리를 내었다.
“우시, 지, 마, 선배는, 우, 우성, 알파시니까, 흐으, 아, 제, 제, 냄새, 제, 제일, 먼저, 앗, 아실, 거, 같아서,”
“……뭐라고?”
“읏, 아, 흐으, 흑, 우, 우시지, 마, 선배가, 조, 좋아, 서, 우으, 힉, 끅, 이, 이렇게, 하면, 봐주, 시지, 흐앗, 아, 않을까, 해, 서, 아으, 윽,”
카게야마는 이제 거의 바닥에 엎드리는 것과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몸을 웅크리고 여전히 허벅지를 비벼대었고, 늘 보기 좋게 윤기가 흐르던 머리카락은 바닥에 엉망진창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카게야마는 끊임없이 울음, 혹은 신음을 토해내며 티셔츠를 꾹 쥐고 있던 손을 서서히 허벅지로 옮겨갔다. 그녀의 손은 멀리서 봐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무섭게 떨리고 있었다. 우아, 으, 카게야마는 울먹이며 제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저건 계산한 행동이 절대 아닐 것이다. 철저히 본능에 의한 움직임이었다. 이제 그녀의 자제력이 바닥이 난 게 틀림 없었다. 우시지마는 넋이 나간 얼굴로 카게야마의 손을 따라 눈동자를 굴렸다. 카게야마는 마지막 인내심을 쥐어 짜내려는 듯 허벅지 사이로 가져간 손을 뚝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우시지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의 얼굴은 새빨갛게 익어있었고,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되어 그 눈에는 초점이란 것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카게야마는 떨리는 입술을 느리게 벌려 축축히 젖은 목소리를 뱉어냈다.
“우시, 지, 지마, 서, 선배애……”
우시지마는 침을 삼켰다.
“어, 어떻게, 좀, 우으, 으, 저, 저는, 이, 정도일, 주, 줄, 흐아, 몰랐, 아아, 앗, 는, 아흐, 흣, 으,”
카게야마의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붉은 입술이 침으로 뒤덮여 반짝였다. 손바닥에 깊이 손톱 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주먹을 쥐고 있던 우시지마의 손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
“도, 도와, 아, 앗, 주, 주세, 요…”
온 힘을 쥐어 짜내 뱉어낸 듯한 카게야마의 목소리에 우시지마는 결국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욕을 뇌까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카게야마의 양 무릎을 잡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