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카게야마는 조금 부끄러운 듯한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앞인데 물어볼 것이 있다는 카게야마의 갑작스러운 연락에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배구에 관련된 것이겠지, 하고 나섰을 뿐이었는데. 카게야마는 계속해서 입을 열듯 말듯 우물쭈물거리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키스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그야말로 상상도 못한 물음이었다. 카게야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물었어도 황당한 질문일 판에, 그 주체가 배구 외에는 일체 관심도 없어 보이던 카게야마라니 더더욱 그랬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어쩔 줄 모르겠는지 계속해서 손을 꼼질거리기 바빴다. 나는 당황스러움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서 반문했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왜 하필 난데?”
다른 것보다도 먼저 떠오른 궁금증이었다. 제 학교의 스가와라 씨라든가, 혹은 쿠로오 선배에게 묻는 편이 차라리 그럴 듯했다.
“사실은 얼마 전에 아카아시 선배가 어떤 여자 분이랑 함께 가는 걸 봤는데 그게 무척이나 능숙해보여서… 아카아시 선배라면 잘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카게야마는 우물거리며 말 끝을 흐렸다. 나는 카게야마의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주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카게야마가 오해하고 있는 듯한 그 '여자'는, 절대로 애인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미국에서 오랜만에 일본으로 돌아온 사촌 여동생일 뿐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오해 받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거나, 손이라도 스쳤다거나 한 기억도 없는데 대체 카게야마가 무얼 보고 능숙하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오해한 건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단순히 여자와 자연스레 대화한 것만으로 그렇게 생각한 거라면… 조금 앞이 까마득해졌다. 그 오해를 바로 잡아주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카게야마가 급하게 뒷말을 이었다.
“저, 오이카와 선배는 키스를 엄청 잘하시거든요! 그래서 저도 잘하고 싶은데, 저는 오이카와 선배가 처음이라….”
“……오이카와 선배? 오이카와 토오루?”
“앗, 네! 저 오이카와 선배랑 사귀고 있…… 모르셨군요?”
오이카와 토오루. 그 이름을 카게야마의 입에서 종종 듣긴 했었다. 카게야마의 중학교 시절 선배이자, 시라토리자와에게 밀려 전국 진출은 번번이 실패하지만 그 다음 가는 강호교의 3학년 주장이라고. 카게야마는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 설마 이런 식의 전개로 흘러갈 줄은 몰랐지. 나는 헛웃음 같은 것을 지으며 천천히 카게야마와 거리를 좁혔다. 정처 없이 이리저리로 굴러가던 눈동자가 슬금슬금 나에게로 고정되고 있었다. 그 검고 푸른 눈동자에 내가 들어찬 순간, 나는 손을 올려 카게야마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동시에 카게야마가 흠칫 떠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완전하게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한 손 역시 마저 올려 카게야마의 반대쪽 뺨을 감싸 쥐었다. 따뜻한 온기와 생명력이 손바닥을 타고 고스란히 흘렀다.
다른 사람과 사귀고 있는 주제에 키스하는 법을 알려달라며 찾아온 이 앙큼한 후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마도 키스하는 법을 알려 달라 하면 대충 말로 설명해주겠거니 하고 찾아왔을 게 뻔했다. 그것도 저렇게 부끄러워하며 물어보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마 굉장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물으러 왔을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답지 않게 조금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그 사람을 좋아하면 이런 것까지 물으러 올까 싶어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서서히 고개를 숙여 나보다 조금 작은 이 다른 학교 후배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리고 그대로 입술을 부딪쳤다. 카게야마의 눈이 크게 뜨인 것도 같았지만 나는 곧장 눈을 감았기에 알 수 없었다. 사실 나는 남에게 키스하는 법을 알려준다거나 할 만큼 키스를 잘하지도, 그 경험이 많지도 않았다. 그저 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몇 번 해보았던 것이 전부였다. 그 입맞춤을 통해 짜릿한 쾌감을 얻었다거나, 혹은 당장 이 여자에게 키스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없었다. 어쩐지 눈앞의 상대가 이걸 바라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키스를 했구나 하고 덤덤하게 느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키스를 잘한다는 오이카와 토오루 보다도 더 능숙한 입맞춤을 선사해 카게야마를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묘한 승부욕이 치솟았다. 나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어 잡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카게야마의 입안을 헤집었다. 그 입안은 작고, 뜨거웠으며, 내가 입을 맞춰본 그 누구보다도 내게 욕망을 불타오르게 했다. 카게야마가 끙끙대는 소리가 채 바깥으로 뱉어지질 못하고 입안에서 맴돌았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더욱 그를 괴롭히듯 혀를 놀려 입안 구석구석을 파헤쳤다. 여린 살들이 내 살덩이에 엉켜 비명을 내질렀다. 한 번 미묘한 곳을 훑을 때마다 놀란 듯이 움찔거리는 게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카게야마는 계속해서 열에 달뜬 소리들을 삼켜내며 이제는 두 손으로 내 어깨를 붙들고 있었다. 그의 떨림이 어깨로부터 전신으로 전해져왔다. 오이카와 토오루와 키스할 때도 이렇게 떠는 걸까? 기분이 이상해졌다. 어쩌면 그의 키스로부터는 느끼지 못한 것들까지 전부 느껴져서 떨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묘한 도취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도취감에 나는 나를 피해 도망가는 카게야마의 혀를 억지로 잡아 얽었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야릇했다. 그 혀의 끝을 붙잡고 이로 잘게 물었다가, 볼에 힘을 주어 빨아들였다가, 내 혀를 대어 부비기도 했다. 카게야마의 떨림이 점점 짙어져갔다. 짙어지다 못해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이 든 건지 카게야마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넘어지려 들길래 나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카게야마의 허리를 받쳐 안았다. 그러자 자연스레 혀가 더 깊은 곳으로 파고 들었다. 카게야마가 헛구역질 비슷한 소리를 낸 것도 같았다. 내 가슴 께에서 무언가가 파닥였다. 나는 슬쩍 눈을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카게야마의 주먹이 힘없이 내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숨이 차다는 표시였을까. 나도 모르게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그의 입술을 놓아주었다.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에서 달뜬 숨이 뱉어져 나왔다.
“카게야마.”
카게야마는 어지간히 숨이 차긴 했는지, 눈가에 눈물까지 달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불규칙적인 호흡 탓인지 혹은 할 말을 찾지 못한 탓인지 그 애처로우면서도 묘하게 희열을 불러일으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오이카와 토오루한테 이렇게 키스 하라고 가르쳐 준 거 아니야.”
카게야마의 눈이 미묘하게 일렁였다. 내가 왜 누구 좋으라고 이런 걸 알려 주겠어. 나는 손을 뻗어 카게야마의 머리를 느리게 쓰다듬었다. 카게야마는 흠칫 몸을 웅크리는 듯했으나 내 손을 피하지는 않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지.”